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임시금융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 원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묻는 기자들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임시금융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 원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묻는 기자들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으로 촉발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관련 의혹이 끊임없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12일까지 김 원장이 후원받은 정치자금으로 ‘땡처리 출장’을 다녀온 의혹, ‘셀프 후원’을 한 의혹 등 10여 건의 의혹을 추가로 폭로했다. 김 원장은 각종 의혹에도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쳐 죄송하지만 사퇴할 뜻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김 원장이 2014년 국회의원 시절 ‘금융당국은 어느 영역보다 신뢰와 안정감, 권위가 중요하다’며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사퇴하라고 몰아붙였던 대목을 돌이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원장의 ‘친정’인 참여연대마저도 이날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연구용역비 ‘꺾기’ 논란까지

김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김 원장 측으로부터 정책 연구용역비 1000만원을 받은 대학교수가 그 후 김 원장이 주도해 설립한 더미래연구소에 5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원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한 19대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김 원장 의원실은 2016년 4월26일 정책연구용역 명목으로 계봉오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에게 1000만원을 입금했다. 계 교수는 “연구용역비를 받고 얼마 뒤 더미래연구소에 500만원을 기부했다”며 “당시 이를 제안한 사람은 홍일표 행정관”이라고 밝혔다. 홍 행정관은 당시 김기식 의원의 보좌관으로 현재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근무 중이다.

계 교수는 “홍 행정관과는 평소 잘 아는 사이로, (그에게) 연구용역 의뢰를 받았다”며 “얼마 후 홍 행정관으로부터 더미래연구소가 재정상 어렵다며 기부를 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고 기부금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계 교수는 이후 기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보내 “연구용역과 기부는 아무 관계가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 교수는 “당시 나는 더미래연구소의 정책연구위원으로 있었지만 연구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연구소와 관련해 다소 빚진 마음이 있는 상태여서 기부금을 낸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홍 행정관의 제안은 용역비를 받고 난 뒤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피감기관 지원받아 잇단 해외출장

김 원장은 지난 2일 공식 취임하자마자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 잇단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김 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시절인 2015년 5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지원을 받아 9박10일 일정으로 미국과 벨기에 이탈리아 스위스 등을 다녀왔다. KIEP는 출장 비용 3077만원을 전액 부담했다. 이뿐만 아니라 김 원장은 KIEP 출장 기간 공식 일정 없이 2박3일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관광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KIEP가 제출한 해외출장 보고서엔 ‘김 원장을 위한 의전 성격의 출장’으로 기재됐다.

김 원장은 같은 해 5월19일부터 21일까지 우리은행 초청을 받아 중국과 인도를 다녀왔다. 2014년 3월에도 정무위 피감기관인 한국거래소를 통해 2박3일 일정으로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다녀왔다.

◆정치자금 유용 논란도

한국당은 김 원장이 받은 후원금을 같은 당 의원들에게 기부하고, 보좌진에게 퇴직금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정치자금법은 국회의원이 받는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해 소요되는 경비’로만 지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당에 따르면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임기 말인 2016년 민주당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더민주 초·재선 의원 22명이 만든 모임의 싱크탱크가 김 원장이 금감원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소장으로 재직하던 더미래연구소다. 한국당은 김 원장이 임기를 불과 두 달 앞두고 더미래연구소에 8000만원 상당의 연구용역을 잇따라 발주했다고 지적했다.

더미래연구소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은행, 금융협회 등 정무위 피감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고액강의를 운영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김 원장은 임기 종료를 며칠 앞둔 2016년 5월 말 보좌진 6명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200만~500만원씩 총 22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김 원장은 같은 해 5월20일부터 27일까지 독일과 네덜란드, 스웨덴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국회의원 임기 종료를 불과 이틀 앞두고 귀국한 것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고로 반납해야 할 정치자금을 가로채는 ‘땡처리 외유’”라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