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가 12일 선보인 증강현실(AR) 앱으로 매장 곳곳을 비추면 모델이 등장한다. 자라 모바일앱으로도 연결돼 모델의 옷을 바로 구입할 수 있다.  /민지혜 기자
자라가 12일 선보인 증강현실(AR) 앱으로 매장 곳곳을 비추면 모델이 등장한다. 자라 모바일앱으로도 연결돼 모델의 옷을 바로 구입할 수 있다. /민지혜 기자
화려한 무늬의 원피스를 입은 모델이 한 바퀴 돌아보며 포즈를 취한다. 치마 주름이 풍성하게 퍼지는 걸 감상하며 내가 입은 모습을 상상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원피스를 바로 주문할 수 있다. 며칠 뒤 집으로 택배가 온다.

스페인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자라(ZARA)’가 12일 선보인 증강현실(AR) 앱 얘기다. 휴대폰으로 앱을 실행시킨 뒤 매장 안 곳곳을 비춰주면 올봄 신제품 의상을 입은 모델이 유유히 걸어나오는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휴대폰 속 모델 옆에 실제 사람이 가서 서 있으면 함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수도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해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게 했다. ‘경험’을 중시하는 최근 젊은 층들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마케팅 전략이다.

자라가 이날 서울 신사동 가로수점에서 선보인 증강현실 앱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제품을 체험하게 만들자’는 취지로 개발됐다. 자라를 보유하고 있는 스페인 패션 대기업 인디텍스가 추진한 이번 프로젝트는 패션업계에 부는 ‘정보기술(IT) 바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36개국 130여 개 매장에서 이날 동시에 서비스를 공개한 것도 인디텍스가 IT 마케팅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이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IT를 활용하고 나선 것이 시발점이었다. 지난해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국내에서 열린 ‘마드모아젤 프리베’ 전시회에서 AR 앱을 선보인 바 있다. 샤넬의 히스토리, 대표 제품 등을 보여주는 도구로 AR 기술을 선택한 것이다.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지난해부터 런던 패션위크를 전 세계에 생중계로 방송하기 시작했다. 쇼가 끝난 직후 무대에 올랐던 옷을 온라인몰에서 바로 판매한 것도 파격적 행보였다. 패션쇼는 6개월 앞서 열리기 때문에 6개월이 지나야만 무대 위의 옷을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경험과 속도를 중시하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이탈리아 명품 구찌는 3차원(3D) 댄스 동영상을 제작해 옷을 홍보하기도 했다.

자라가 선보인 AR 앱은 ‘가상피팅’에 집중했던 기존 AR보단 진보한 형태다. 동영상의 품질, 모바일 앱과 연동시킨 쇼핑 시스템, 동영상 SNS 공유 기능 등이 그렇다. 프랑스의 홀로그램 콘텐츠 제작 전문업체 HOLOOH, 프랑스의 디지털 과학기술 연구기관인 INRIA와 함께 개발했다. 모델로 등장하는 레아 줄리앙, 프랜 서머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홀로그램 촬영장에 설치된 68대 카메라 앞에서 동영상을 찍었다. 고품질의 AR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김주연 자라리테일코리아 마케팅실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O2O(online to offline)를 강화하기 위해 증강현실 앱을 개발한 것”이라며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했다. 자라의 AR 앱은 가로수점, 강남역점, 스타필드 코엑스점, 롯데월드몰점, 명동 엠플라자점, 명동 눈스퀘어점 매장에서 오는 25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