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휩싸인 한국GM 노동조합 집행부와 일부 노조원이 자구안 수용을 거부하며 9일 철야 농성에 들어갔다. 노조원들이 인천 부평공장 서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자금난에 휩싸인 한국GM 노동조합 집행부와 일부 노조원이 자구안 수용을 거부하며 9일 철야 농성에 들어갔다. 노조원들이 인천 부평공장 서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연간 50만 대 생산체제를 유지하겠다던 한국GM이 내년 생산계획을 37만 대로 줄여 잡았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유럽 수출물량 축소에 따른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쇠파이프 난동’에 이어 총파업까지 예고한 한국GM 노동조합이 GM에 ‘단계적 철수’ 빌미를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이번주 방한해 노사 자구안 합의 시한을 못박는 등 ‘최후통첩’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정부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이 최근 인천시와 경상남도에 제출한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신청 서류에 ‘3년간 국내 생산량 축소 방안’을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신청서는 이번주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갈 예정이다.

한국GM은 외투지역 지정 신청서에 10년간(2018~2027년) 국내에서 475만 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명시했다. 이를 통해 누적 매출 100조원을 거둔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당장 내년부터 3년간 생산물량은 기존 계획보다 확 쪼그라든다. 올해 50만 대를 생산할 예정인 한국GM은 내년 생산물량을 연 37만 대로 축소할 계획이다. GM이 애초 공언한 연 50만 대보다 13만 대 적다. 군산공장(연 26만 대) 폐쇄 이전 한국GM의 생산능력(연 91만 대)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내년뿐만이 아니다. 한국GM의 2020년, 2021년 생산물량도 각각 연 44만 대에 그칠 전망이다. 2022년부터는 연 50만 대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GM은 애초 한국GM의 생산능력을 기존 연간 91만 대에서 50만 대 수준으로 축소(군산공장 폐쇄 포함)한 뒤 이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본사가 한국GM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트랙스 후속 모델과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등 신차 2종을 배정해 이 같은 생산 물량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한국GM, 내년 생산 13만대 감축… "향후 3년 경영난 계속될 듯"
2021년까지 영업적자 예상

업계에서는 GM 본사가 유럽 수출 물량을 대폭 줄이기로 하면서 한국GM이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GM은 지난해 푸조시트로엥(PSA)에 오펠(유럽·북아프리카)과 복스홀(영국) 등 유럽사업부를 매각했다. 한국GM은 경차 스파크를 오펠 칼(복스홀 비바·연 5만 대)이라는 이름으로, 소형 SUV 트랙스를 오펠·복스홀 모카(연 11만 대)라는 이름으로 수출해왔다.

한국GM이 GM 본사로부터 신차를 배정받고 중장기 투자를 받아도 내년부터 3년간 생산량이 줄어드는 상황을 놓고 업계 해석은 분분하다. GM이 한국 정부의 지원을 계속 이끌어내고 노조의 지속적 협조를 유도하려는 과정인지, ‘추가 구조조정’ 또는 ‘단계적 철수’를 위한 사전 조치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우선 GM이 국내에 신차 2종을 투입하고 앞으로 10년간 28억달러(약 3조원)를 투입하더라도 당초 예상과 달리 내년부터 3년간 한국GM의 경영난이 한꺼번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GM은 올해 매출을 9조원으로 예상했으나 내년에는 7조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평 1·2공장 및 창원공장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산공장(연 26만 대) 폐쇄에 이어 부평 1·2공장(44만 대)과 창원공장(21만 대) 생산설비 일부를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가동률이 70% 수준에 불과한 부평 2공장을 줄여 1공장과 합치고 창원공장의 생산라인도 줄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노조는 철야농성 들어가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GM 노조가 즉각 고통 분담을 수용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GM이 노조의 자구안 거부를 명분 삼아 한국에서 짐을 쌀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 배정과 투자 확정을 통해 한국GM의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더라도 첫 3년간은 어느 정도 경영난을 감내해야 한다”며 “노조의 버티기로 인해 GM이 자칫 기존 투자 계획을 백지화하면 한국GM의 장기 생존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한국GM 노조 집행부와 일부 조합원은 회사 측이 지난 5일 성과급을 제때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쇠파이프를 들고 사장실로 몰려가 집기를 부수는 등 난동을 부렸다. 9일부터는 노조 집행부와 일부 노조원이 인천 부평공장에서 철야 농성에 들어갔다. 총파업 카드도 꺼내들고 있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이번주 방한해 산업은행과 노조 관계자들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엥글 사장은 “노조가 이달 중순까지 자구안 수용을 거부하면 설득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최후통첩’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