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휩싸인 한국GM이 직원 인건비에 이어 협력사 부품대금마저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으면 일부 수출 물량을 중국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GM 사장 "부품대금 없어 공장 멈출 수도"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일반직 사원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통해 “현 상태가 이어지면 협력사에 지급할 부품대금을 마련하기도 어려워진다”며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면 생산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GM 본사가 한국공장 생산 물량을 중국 등지로 돌릴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부품조달 문제로 공장 라인이 멈추면 한국 생산비중이 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 등의 글로벌 시장 공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판매된 트랙스(현지명 모카) 16만9886대 중 부평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66%에 달했다. 한국GM의 올 1분기(1~3월) 전체 판매량(12만386대)의 80% 이상(10만466대)이 수출 물량이었다.

한국GM이 매달 지급하던 3000억원가량의 부품대금마저 끊기면 협력업체는 줄도산 위기에 처한다.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1차 협력업체 300여 곳의 공장 가동률은 50~70%대로 떨어졌다. 올 1분기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30% 이상 급감했다. 은행들도 어음 할인을 거부하기 시작해 ‘돈줄’이 막혔다. 정부와 GM 간 협상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협력사들의 생존 기반이 먼저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카젬 사장은 지난 5일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지급할 예정이었던 2017년 성과급(약 720억원)을 자금난 때문에 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한국GM은 10일과 25일 각각 생산직과 일반직 직원들의 월급으로 총 1000억원가량을 지급해야 한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2500여 명에게 이달 말 위로금도 줘야 한다. 2~3년 치 연봉을 평균 2억원으로 계산해도 약 500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GM은 GM 본사에서 빌린 차입금 상환금액을 빼고도 이달에만 약 1조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산업은행은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한국GM 실사를 조속히 매듭짓는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날 “당초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한 한국GM 실사 마무리를 가급적 이달 말로 앞당긴 뒤 협상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