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中企人의 탄식… "봄은 왔지만 느낄 수 없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10회 K비즈 CEO 혁신포럼’ 조찬 간담회를 열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대학 교수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주제로 강의했다.

강연에 앞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축사를 했다. 박 회장은 지난 4일 주요 정당 원내대표를 만나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등을 요구한 근황을 전했다. 박 회장은 “여의도에 벚꽃이 예쁘게 피었다”고 인사말을 건넸는데 원내대표들의 표정이 안 좋았다고 했다. 4월 국회가 민생현안 처리보다 개헌 등의 이슈로 파행 상태인 것을 염두에 둔 표현이었다.

박 회장은 이어 “우리 이사장님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어느 계절입니까”라고 물었다. 다양한 계절이 언급됐다. 박 회장은 이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과거에는 5월만 되면 넝쿨 장미꽃 때문에 ‘장미앓이’를 했습니다. 하지만 (회장을 맡은) 지난 3년간 계절을 못 느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란 무게가 계절도 못 느끼게 한 듯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꽃을 보려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회원은 다들 여름이다. 늦여름 같다. 그래도 100세 시대니까 아직 젊다”고 덧붙였다. 50~60대가 많은 이사장들에 대한 위로였다.

이 말을 듣는 기업인들의 생각은 복잡해 보였다. 한 참가자는 “오늘 봄 여름 겨울 세 계절을 느끼고 간다”고 했다. 계절은 봄이고, 중소기업인들의 나이는 여름이고, 봄에 어떤 활력도 못 주는 국회는 겨울이라는 얘기였다.

정부는 올해부터 3년간 중소기업 신규 취업자에게 매년 1000만원을 지원해 대기업 취업자와의 격차를 없애주는 일자리 대책을 최근 내놨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감원 및 채용 축소 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유 교수는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한 기업인은 “처칠의 말을 ‘사람은 기업을 만들고 기업은 사람을 만든다’로 바꿔보면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 뭔지 알 수 있을 텐데”라며 행사장을 나갔다. 기업인이 신바람 나게 일하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청년들이 보람을 느끼면 요란스러운 일자리 대책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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