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공고 '관세부과 리스트'에 비메모리 10개 품목만 포함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발표한 고율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공장 생산 제품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업체는 이번 조치에 따른 직접 타격권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되지만 현지 생산 반도체가 들어간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나 미중 간 '반도체 타협' 결과 등에 따른 간접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은 남아 있어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현지시간 지난 3일 공고한 고율 관세 부과 대상 중국산 품목 1천300개 가운데 반도체 관련은 트랜지스터, 사이리스터, 발광다이오드(LED) 등 모두 10개였다.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에 따른 HS코드 형식으로 작성된 이 리스트에 포함된 이들 품목은 모두 비메모리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西安)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품을, SK하이닉스는 우시(無錫) 공장에서 D램 메모리 제품을 각각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관세 부과 대상에서는 모두 빠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월평균 45만매(이하 웨이퍼 기준)의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22.7%에 해당하는 10만2천매를 시안 공장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월평균 29만7천500매의 D램 생산량 가운데 44.2%에 해당하는 13만1천500매를 우시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면 이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도 해당돼 타격이 불가피했겠지만 일단 벗어나면서 두 업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 무역대표부가 발표한 리스트에는 우리 기업의 중국 현지 생산 품목 코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소한 이번에는 직접적인 관세 부과로 인한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공장에서 생산된 반도체 가운데 상당 물량은 중국의 완성 전자제품에 들어가기 때문에 간접적인 영향은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중 반도체 수출이 그만큼 줄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무역협회 문병기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이 워낙 앞서 있는데다 기본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공급 부족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단기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다만 미중 양국의 '무역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 방안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