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곡지구 코오롱 미래기술원
서울 마곡지구 코오롱 미래기술원
코오롱그룹의 ‘마곡 시대’가 열린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글로텍 등 그룹 제조계열사들이 이달부터 본사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로 옮긴다. 2001년 서울 무교동에서 경기 과천으로 본사를 옮긴 지 17년 만이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사진)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계열사 간 융·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조 계열사 한 곳에 모인다

코오롱 관계자는 2일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글로텍 임직원 1500여 명이 오는 16일부터 마곡지구 코오롱미래기술원에서 업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애초 코오롱미래기술원에는 유리를 대체할 미래 디스플레이 소재인 투명 폴리이미드(CPI) 필름 등을 개발한 코오롱인더스트리 중앙기술원을 비롯해 연구개발(R&D) 조직만 입주할 예정이었다.

이웅열, '심통(心通)의 장' 마곡서 코오롱 혁신 이룬다
코오롱의 마곡 이전 규모가 커진 것은 이 회장의 결단 때문이다. 그는 임직원에게 마음을 다해 소통하는 ‘심통(心通)’을 강조하면서 “협업을 위한 조직 내 소통(CFC: cross functional communication)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화학·필름(코오롱인더스트리)과 바이오(코오롱생명과학), 자동차소재(코오롱글로텍) 관련 계열사를 한 곳에 모으는 이유다. 이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마곡은 R&D부터 영업, 지원조직까지 한 장소에 모여 협업하는 진정한 CFC의 장”이라며 “혁신과 소통을 통해 탄탄하게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천 코오롱타워에 있는 집무실을 마곡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곡지구엔 LG전자 LG화학 등 LG그룹의 R&D센터가 입주한 LG사이언스파크가 자리잡고 있다. 롯데(롯데 글로벌 R&D타운)도 입주한 데다 넥센타이어(넥센 중앙연구소) 등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어서 연관 기업의 협력도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대도약의 원년”

코오롱은 올해를 ‘대도약의 시대’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동안 준비해온 신규 사업들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는 시기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를 내놓은 코오롱생명과학은 충북 충주 바이오 신공장 건설을 위해 785억원을 투자한다. 2021년 3월까지 인보사 생산량을 연간 10만 도스(1회 주사분)까지 늘릴 계획이다. 슬하에 1남2녀를 둔 이 회장은 “인보사는 나에게 넷째 아이나 다름없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인보사 개발을 그룹 역점 사업으로 정하고 19년간 1100억원을 투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CPI 필름 생산라인을 경북 구미 공장에 완공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선점에 나섰다. 자동차 소재 등 고부가가치 소재 시장 확대에도 주력해 베트남에 1만8000t 규모의 타이어코드(타이어 보강재) 공장을 완공하고 3분기부터 상업 가동할 계획이다. 에어백과 에폭시수지 등 주요 제품 생산설비도 확충하고 있다. 패션부문에서도 중국 진출 확대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 회장은 올해 그룹 경영 지침을 고양이(cat)에서 딴 ‘CATCH 2018’로 잡았다. 임직원이 고양이처럼 높이 점프해 성과를 창출하고,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부드럽게 착지하듯 어려움 속에서도 유연하게 안정을 도모하자는 의미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