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위기에 내몰렸던 금호타이어가 경영 정상화 문턱을 밟게 됐다. 노동조합원이 우여곡절 끝에 해외 매각에 최종 동의하면서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2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자구합의서를 제출하고, 채권단은 이달 중국의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투자유치 본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1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벌여 60.6% 찬성률로 해외 매각에 동의했다. 광주광역시와 전남 곡성, 경기 평택 공장의 노조원 2987명 중 2741명이 투표에 참여(투표율 91.8%)했다. 이 중 1660명이 해외 매각에 찬성표를 던져 60.6%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당초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관측됐지만 반대표가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는 평가다. 일부 노조원이 투표에 앞서 해외 매각 찬반투표를 부결시키자는 유인물을 나눠주면서 조합원들이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년 방황 끝에… 금호타이어 다시 달린다
조합원들이 해외 매각에 최종 동의하면서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는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2일 광주공장에서 경영정상화 및 단체교섭 조인식을 하고 해외 매각과 자구안에 최종 합의할 계획이다.

노사는 뼈를 깎는 자구안을 마련했다. 우선 임금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던 2016년 기준 기본급은 1%만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해를 포함해 내년까지 3년간 임금은 동결하기로 했다. 노조는 향후 2년간 상여금의 25%가량을 반납하는 데 동의했다. 노사는 일부 복리후생 비용도 깎기로 했다. 연간 40일을 쉬되 20일은 무급으로, 20일은 통상임금의 50%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사측은 그동안 미룬 국내 공장 투자를 하기로 했다. 내년 하반기 광주·곡성 공장의 단계적 설비투자에 들어갈 계획이다. 산은과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독립경영과 노조·단체협약·고용 승계를 보장하고 국내 공장의 지속적 설비투자도 약속했다.

금호타이어가 2009년 경영난을 겪기 시작한 지 10년 만에 경영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다만 모든 우려가 말끔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더블스타를 놓고 기술 이전 및 ‘먹튀’ 논란이 가시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 후 기술을 빼낸 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인수 자금을 회수하고 국내 공장의 문을 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2대 주주인 산은이 더블스타가 투자금을 단기간에 가져가지 못하도록 배당 규모를 제한하고 기술 특허 이전도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