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에선 삼성이 단기간에 현대자동차나 롯데그룹처럼 획기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부정적인 정치권과 여론이 큰 부담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뇌물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시너지 효과와 해외 헤지펀드 공격 등 복합적인 요인을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은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합병을 추진했다고 주장한다. 항소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파면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아직 대법원 상고심도 남아 있다.

삼성을 겨냥한 표적 입법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보험회사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를 취득 원가가 아니라 공정가치(시세)로 평가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상당량을 팔아야 한다.

공익재단 의결권 제한이나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도 삼성의 현 지배구조를 겨냥한 법과 제도다. 뇌물죄 재판의 영향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의 원활한 협조도 기대하기 어렵다.

새로운 지배구조를 검토할 내부 조직도 마땅치 않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그룹 컨트롤 조직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핵심 계열사 세 곳을 중심으로 전략과 인사, 재무를 총괄하는 태스크포스(TF) 조직을 신설했다. 하지만 계열사 간 이해관계가 다를 경우 이를 효율적으로 조정할 시스템이 없다는 게 삼성 안팎의 지적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