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가졌던 살리에리가 불행해진 건 모짜르트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살리에리의 내면을 다룬 뮤지컬 ‘살리에리’의 한 장면.
모든 걸 가졌던 살리에리가 불행해진 건 모짜르트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살리에리의 내면을 다룬 뮤지컬 ‘살리에리’의 한 장면.
지난 주말 연극 아마데우스를 봤다. 3시간 가까운 공연이었지만 지루할 사이가 없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특히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오만, 살리에리의 질투와 음모는 드라마적인 요소를 극대화시켰다.

금융인으로서 연극을 관람하면서 흥미로운 부분은 두 가지였다. 왜 살리에리는 불행하고, 모차르트는 가난한가.

살리에리의 가장 유명한 대사는 “주님께선 저에게 갈망만 주시고 절 벙어리로 만드셨으니 어째서입니까. 욕망을 심으시곤 왜 재능을 주지 않으셨습니까”이다. 욕망과 능력의 미스매치는 모차르트를 시기해 죽게 했고, 신을 시기하고 결국엔 스스로를 저주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연극은 제목과 달리 살리에리가 이끌어가는데, 2018년 한국인들은 모차르트의 천재성보다 살리에리의 질투에 더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데 냉정하게 검토해보자. 살리에리가 불행하다고? 후세에 그의 음악이 잊혀졌다지만, 살아생전 그는 음악적 능력으로 25세 즈음에 궁정 작곡가가 됐다. 40세 즈음에는 궁정악장이 되어 죽기 1년 전인 74세까지 그 지위를 누렸다. 그는 작곡가와 지휘자만이 아니라 수많은 음악가의 스승이기도 했다고 한다. 돈이나 지위, 관계로 볼 때 그가 불행할 이유는 없다. 그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한 가지. 비교 대상이 역사상 최고의 작곡가인 모차르트였기 때문이다.

살리에리 불행 모차르트와 비교 때문

[한경 BIZ School ] 살리에리는 불행했다?… 비교는 자기 자신과 하라!
살리에리가 사업가 혹은 투자자라면 그는 어떤 사람을 만나고 누구와 비교를 한 것일까. 어떤 사업가가 스티브 잡스나 제프 베저스를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그의 앞에서 감히 사업 성공을 논할 수 있겠는가. 어떤 투자자가 워런 버핏을 만나 투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수익을 비교한다면….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는 격이다.

2015년 미국 시사지 타임이 역사와 물가 등을 기준으로 세계 10대 부자를 뽑았다. 10위는 칭기즈칸, 9위는 빌 게이츠였다. 유라시아를 평정한 칭기즈칸보다 세계를 마이크로소프트로 평정한 빌 게이츠의 점유율이 더 대단하다. 6위와 7위는 강철왕 카네기와 석유왕 록펠러가 차지했다. 세상은 여전히 철기시대이고, 석유와 전기는 가장 중요한 인프라다. 2위에는 로마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가 있고, 1위에는 잘 모르는 13세기 아프리카 황금왕 만사무사가 올랐다.

제국의 세금과 불변의 돈은 역시 최고인 듯하다. 살리에리가 비교한 대상은 카네기와 록펠러 혹은 아우구스투스 수준의 음악가인 모차르트였던 것이다. 당대도 아닌 역사상 최고의 인물과 비교해서 질투를 안 느낄 수 있겠는가.

현대인들은 자주 비교하고 비교당한다. 어릴 때는 키 혹은 몸무게, 조금 더 크면 성적으로 비교되지만, 어른이 되면 비교 대상은 언제나 돈이다. 소득뿐 아니라 자산으로 비교된다. 부동산과 주식시세가 움직이면 실시간으로 순위를 알려준다. 다른 대상에 비해 돈으로 비교하면 비참할 확률은 99.99999996%이다. 70억 인구 중 제프 베저스, 빌 게이츠, 워런 버핏이 아니라면 우린 모두 불쌍한 살리에리가 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살리에리도 우리도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워런 버핏은 자신에게 충실한 투자가

비교는 스스로와 해야 한다. 20여년 전, 10여년 전, 5년 전 작품을 살리에리가 비교했으면 어땠을까. 그의 작품은 조금 더 원숙해졌을 것이고, 새로운 공부가 더해졌다면 때로는 신선했을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그의 작품도 위대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처럼 우린 살리에리의 오페라를 듣고 살지 않았을까.

금융인 최고 벤치마크인 워런 버핏은 어떠했을까. 그도 존 템플턴, 피터 린치, 존 보들 등과 비교했을까. 버핏은 더 빨리 돈을 벌기 위해 노심초사했을까. 20년간 연수익률이 30%에 달하는 피터 린치를 저주했을까. 그의 재산은 대략 80조원이다. 그의 모든 것인 벅셔헤서웨이는 1965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수익률이 겨우(?) 19.1%였지만, 복리 투자를 통한 총수익률은 무려 108만8029%에 달한다. 이 복리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버핏은 자산의 99%를 50세가 넘어서 벌었다고 한다. 1965년 버핏은 그저 그런 부자였고, 50세에는 1조도 되지 않는 자산가였지만 시간의 힘으로 세계 최고 부자가 될 수 있었다.

35세의 나이로 요절한 모차르트에 비해 75세까지 살았던 살리에리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있었다. 지레 질투심과 불행에 사로잡히지 않았다면 말이다. 우리도 스스로를 믿고, 과정에 충실하게 시간을 보낸다면 행복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행복한 부자가 될 것이다.

최일 < 이안금융그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