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김상조의 공정위 개혁이 공허한 이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9월 신뢰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위원회 심의 속기록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심의·의결은 불공정거래 조사와 함께 공정위의 양대 핵심 업무다. 심의·의결에서 법위반 여부를 가리고 처분 내용을 결정하면 이는 법원의 1심 판결에 해당하는 효력을 낸다. 공정위가 ‘준사법기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공정위 심의는 공개가 원칙임에도 그동안 의결 내용만 공표됐을 뿐 위원 간 구체적인 논의 내용을 담은 속기록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속기록 공개는 공정위 의사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대표적 신뢰 제고 방안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막상 공정위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심의 속기록은 지난해 11월 한 건, 12월 두 건이 올라와 있을 뿐 올 들어서는 한 건도 게시돼 있지 않다. 공정위는 “속기록 작성에 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하지만 심의 이후 최대 3개월이나 늦어지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용자들에게 속기록이 언제 올라오는지 알리지도 않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사건과 관련된 점주들이 심의 결과를 제때 확인하지 못해 답답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언론브리핑을 통해 홍보한 정책이 제대로 된 해명 없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직접 발표한 ‘로비스트법’(외부인 출입·접촉 관리 방안 및 윤리 준칙)도 은근슬쩍 후퇴했다. 당초에는 공정위 직원이 외부인을 직접 만날 뿐만 아니라 사무실 전화로 통화한 뒤에도 상세한 면담 내용을 감사담당관실에 보고하도록 했다.

지난 1월부터는 사무실 전화는 보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책을 발표할 때는 거창하게 소개
하면서 후퇴할 때는 국민이 모르게 한다면 공정위 신뢰 제고는 요원하다.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던 김 위원장의 공언도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