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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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영 여행사 온라인 홈페이지에 한국행 단체관광 여행상품이 1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으로 한·중 관계 개선 기대감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이 본격 재개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중국 3대 국영 여행사인 중국국제여행사(CITS)는 홈페이지에 단체비자를 통해 4박5일 일정으로 제주도와 서울을 방문하는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을 게시했다. 베이징에서 출발해 서울에서 관광을 마무리하는 일정으로 4월12일 둘째 주 목요일부터 6월까지 매주 한 팀씩 출발하는 스케줄이다.

이 상품이 마감될 경우 작년 3월 15일 중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한국 단체관광 상품을 중단한 이후 1년 만에 본토에서 두번째로 단체 관광객이 방한하는 셈이다. 지난해 12월에는 '한한령 일부 해제' 구두 지시 이후 첫 중국 단체관광객이 방문한 이후로는 약 4개월만이다.

일정에 따르면 관광객들은 베이징에서 오전 10시5분 출발하는 대한항공(KE880) 여객기를 타고 제주도에서 사흘간 머무른 뒤 서울로 이동한다. 나머지 일정은 남산공원, 북촌 한옥마을, 인사동, 청와대 등 서울 시내를 구경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중국 당국이 롯데면세점 쇼핑이나 롯데호텔 투숙 등 롯데와 관련한 프로그램은 금지한 만큼 이번 관광 일정에서도 롯데 관련 상품은 빠졌다. 대신 면세 쇼핑은 신라면세점, 에스엠면세점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안내돼 있다.
사진=중국국제여행사(CITS) 홈페이지 캡처
사진=중국국제여행사(CITS) 홈페이지 캡처
한중 관계가 경색된 지난 1년간 국내 여행업계에선 유커 발길이 뚝 끊겼었다. 일부 대만 단체관광객 및 크루즈 여행객 등 소수 중국인 여행객들이 방한하기도 했지만 숫자가 반토막 날 만큼 현저히 줄었다.

지난해 10월 사드 갈등을 봉합하는 공동 합의문을 발표한 뒤에도 여행 재개 조짐은 보이지 않았었다. 국영 중국청년여행사와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 등의 사이트에서 한국행 여행상품이 올라왔지만 이내 삭제돼곤 했다. 일부 개별비자를 통한 여행 등 상품이 있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단체관광 상품으로 보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중국 국영 여행사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중국 내에서 한국 단체관광이 본격 회복되는 신호탄이 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례로 볼 때 중국에선 국영여행사가 먼저 나서면 민간 여행사들이 따라 나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입김이 적잖게 영향을 미치는 국영 여행사라는 점에서 당국이 비공식적 여행 재개를 허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북 관계 호전으로 한중 관계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자 당국의 눈치를 보던 현지 여행업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이같은 분위기는 여행업계뿐 아니라 문화예술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일에는 중국 관영 신경보 문화 섹션에 사드 갈등 이후 1년만에 처음으로 한국 드라마 '미스티'가 소개되기도 했다. 다만 국내 여행 및 화장품 등 업계에서는 중국에서의 희소식을 기다리는 모습이면서도 신중한 분위기다. 실제 입국자수 회복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북한 김정은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추진면서 중국과 한국간에 벌어졌던 사드 갈등 역시 본격적인 완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며 "사드 갈등의 피해가 컸던 유통·레저·화장품 업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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