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가 기득권을 움켜쥐고 놓지 않는 모습은 경직된 인사 관행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개방형 직위제도가 대표적 사례다. 이 제도는 ‘민간 인재 수혈’을 목표로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처음 도입됐다. 신분보장과 연공서열에 의한 인사 운영으로 공직사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민간 인재를 영입해 공직사회의 전문성과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실제로는 관료들의 ‘제 식구 챙기기’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인사혁신처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통계를 보면 443개 개방직(고위공무원단 178개, 과장급 265개) 중 민간 출신 임용자는 183명(41.3%)이었다. 말만 개방직이지 실제로는 절반 이상을 공무원 출신으로 뽑고 있다.
"인사 기득권 못 놓는다"… 개방형 공직 60%가 공무원 출신
게다가 올해 선발 예정인 74개 개방직 중 민간인만 지원할 수 있는 직위는 27개(36.5%)에 불과하다.

권한과 책임이 큰 개방직일수록 공무원 출신이 독점하는 경향이 짙다. 정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재정관리관(1급)을 비롯해 고위공무원단 6개, 과장급 10개 등 16개 직위를 개방직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현재 순수 민간 출신 재직자는 단 한 명뿐이다.

다른 부처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 개방직인 한국농수산대 총장에 허태웅 전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을 앉혔다.

제도적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점도 있다. 관가에선 “개방직을 민간인에게 내놓고 싶어도 연봉이나 퇴직 후 취업 제한 때문에 민간인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