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간 하늘길 개척한 대한항공, 차세대 항공기 타고 더 높이 난다
한국 최초의 항공사로 출발한 대한항공이 항공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 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내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올해에만 16대의 항공기를 새롭게 도입한다.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항공기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는 셈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창립 당시 대한항공은 불굴의 정신으로 도전해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열었다”며 “시대 변화에 이끌려 가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고, 고객 요구와 우리 역량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분석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항공길 개척

대한항공은 우리 항공 역사와 맞닿아 있다. 1948년 설립된 대한국민항공사가 1962년 문을 닫자 그해 6월 정부는 대한항공공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적자가 지속되면서 국영기업 가운데 경영 상태가 가장 악화됐고 정부는 기업을 상대로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고(故) 조중훈 회장은 고심 끝에 ‘수송보국’ 이라는 대의를 위해 1969년 인수를 결정하고 대한항공을 출범시켰다.

이후 대한항공은 1970년대 태평양노선 운항권 획득, 보잉 747 도입 등 가보지 않은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 공식 항공사로 지정되면서 세계 수준의 운송, 정비, 서비스 수준을 공인받았다. 또한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와 더불어 1990년 서울~모스크바, 1994년 서울~베이징 노선이 개설되면서 공산국가였던 러시아 및 중국과 교류를 시작하는 등 세계 유수 항공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형 항공사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2000년대 들어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와 함께 항공동맹체 ‘스카이팀’을 출범하며 명실공히 글로벌 항공사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2005년에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발표하는 국제화물 수송실적에서 루프트한자 등 경쟁사를 제치고 6년 연속 1위 자리를 유지했다. 2008년에는 프리미엄 실용 항공사를 지향하는 진에어를 출범시켜 저비용항공사(LCC)업계 성장의 초석을 다졌다.

프리미엄 서비스 확대

49년간 하늘길 개척한 대한항공, 차세대 항공기 타고 더 높이 난다
대한항공은 아울러 한층 새로워진 항공기 좌석과 기내 서비스로 고객 만족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퍼스트 및 프레스티지 클래스 좌석과 업그레이드된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장착한 신형 B777-300ER 항공기를 선보였다. 새롭게 구성한 좌석은 고객에게 한층 넓어진 공간 제공은 물론 프라이버시를 완벽히 보장해 주는 서비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좌석 폭은 등받이를 세웠을 때 24인치(약 60.9㎝)지만, 침대 모드로 180도 눕혔을 때는 팔걸이가 침대 높이에 맞춰 낮아진다. 좌석폭이 약 20㎝ 넓어져 보다 더 편안한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새로운 프레스티지 스위트 좌석 또한 숨어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고객 편의를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좌석을 침대모드로 변경할 경우 자동으로 팔걸이가 내려가면서 1.5인치(약 3.8㎝)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다른 항공사의 퍼스트 클래스 좌석에서만 제공되고 있는 오토만(발걸이로 쓰이는 등받이 없는 쿠션 의자)을 프레스티지 클래스 전 좌석에 장착해 안락함을 한층 더했다. 좌석 배치도 세심하게 배려했다. 기존 좌석이 수평 방향으로 나란히 배치돼 있던 것과 달리 창가 승객이 복도로 나갈 때 아무런 불편이 없도록 개인 통로 공간을 개인 좌석에 할당하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좌석 배치를 선보였다.

100년 기업 준비한다

대한항공은 창사 50주년이 되는 2019년을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기 위해 2015년 6월 국내 항공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항공기 100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보잉사 B737MAX-8, 에어버스사 A321NEO 기종을 각각 50대(확정구매 30대, 옵션구매 20대) 주문했다. 이 항공기는 내년부터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회사 관계자는 “100대의 신형 항공기는 보유 중인 B737 기종을 대체해 중단거리 수요 증가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차세대 항공기를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특히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A380 10대를 2011년부터 도입했다. 초대형 고효율 항공기인 B747-8i도 2015년(4대)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계획(10대)을 모두 마무리 지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전 세계 최초로 B747-8 기종의 여객기와 화물기(B747-8F)를 모두 운영하는 항공사가 됐다.

B747-8i 차세대 항공기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돼 연료 효율성이 높고, 소음과 탄소는 줄어든 차세대 항공기다. 특히 1990년대 보잉사 성장을 주도한 B747-400의 위상을 이어받을 기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존 B747-400 대비 동체 길이가 5.6m 길어져 50여 석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 화물탑재 공간도 27.9㎡ 늘어나 26%의 추가 화물 적재가 가능하다.

작년 2월에는 차세대 중형 항공기 B787-9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B787-9 항공기는 고객이 항공 여행을 하며 느낀 불편함을 대폭 개선해 격이 다른 쾌적함을 선사한다. 다른 기종 대비 기압과 습도가 높아졌다. 승객이 직접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 탄소복합소재 50%, 알루미늄합금 20%를 사용해 무게는 줄이고 내구성은 높였다. 연료소모율은 다른 항공기 대비 20% 개선된 반면 탄소배출량은 20% 저감된 최첨단 고효율 친환경 항공기다.

지난해 12월25일에는 캐나다 항공기 제작사인 봄바디어사가 제작한 127석급 CS300 차세대 여객기 1호기를 도입했다. 아시아 항공사로는 처음이다. CS300 이코노미석은 좌석폭이 동급 소형 여객기보다 4.7㎝ 더 넓은 48.3㎝에 달해 승객이 보다 여유롭고 편안한 좌석 공간을 누릴 수 있다. 최고의 엔진 효율에 더해 알루미늄합금과 탄소복합소재를 사용해 항공기 무게를 대폭 줄였다. 공기역학적 설계를 통해 연료 효율은 최대 20% 높이고, 소음은 최대 20dB 줄였다.

대한항공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30여 대의 고효율 항공기를 도입하는 한편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기종 일부를 차례로 처분해 보유 항공기 경쟁력을 높여 갈 계획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