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새로 선임되는 주요 대형 상장보험사의 사외이사 중 절반이 옛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등 경제 관료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권 사외이사 제도 쇄신에 대한 금융당국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상대적으로 감시가 느슨한 보험사 등 2금융권 사외이사에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대거 몰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 새 사외이사 절반이 '모피아' 출신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주주총회 안건을 공시해 사외이사 선임을 발표한 상장보험사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미래에셋생명 등 7곳이다. 기존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 신규 혹은 재선임되는 사외이사는 총 16명으로, 이 중 8명이 옛 재무부 출신 관료다.

삼성화재는 기존 사외이사인 문효남 전 부산고검장이 임기 만료로 물러나면서 김성진 숭실대 겸임교수를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행시 19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 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 등 요직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조달청장을 지냈다.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다. 4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모두 끝나는 한화손보는 이상용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를 재선임하고, 방영민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과 안승용 전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상근부회장을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이 전 사장과 방 전 대표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각각 경제협력국장과 경제정책심의관을 지냈다.

DB손보는 기존 사외이사 3명을 전원 재선임한다. 이승우 사외이사는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을 지냈고, 김성국·박상용 사외이사도 각각 재경부 사무관과 경제기획원을 거친 경제관료 출신이다. 한화생명은 최선집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와 박승희 전 정리금융공사 사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사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 합격한 최 변호사는 재무부에서 13년간 사무관으로 근무했다. 육사 출신인 박 전 사장은 대위 예편 후 재무부에서 9년간 사무관으로 일했다. 이달 말 선임을 앞둔 삼성생명의 강윤구 전 보건복지부 차관과 한화생명의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까지 포함하면 관료 출신은 10명에 이른다.

은행 및 금융지주사는 사정이 다르다.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BNK금융지주, KEB하나은행 등 다섯 곳에선 지금까지 24명의 새 사외이사 선임을 발표했다. 이 중 옛 재무부 출신 경제관료는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임명된 김홍진 전 한국예탁결제원 경영지원본부장과 BNK금융지주의 문일재 전 조달청 차장 등 두 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외이사가 교수 및 기업인 등으로 채워졌다.

사외이사 후보의 전문적인 역량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게 각 보험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대상으로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등 제도 쇄신을 요구하면서 상대적으로 감시가 덜한 보험사로 관료 출신이 몰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둔 가운데 보험사들이 ‘로비’나 ‘방패막이’ 차원에서 경제관료 출신을 대거 사외이사로 영입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보생명, KB손보 등 주요 대형 비상장 보험사들도 이달 말 사외이사 교체를 앞두고 있어 관료 출신 사외이사는 지금보다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