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 결정 이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국내와 해외 기관이 뚜렷한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기관 4·5월 vs 해외 IB는 하반기, 한은 금리인상 시기 전망 누가 맞을까
국내 증권사 등은 이달 말 현실화할 한·미 금리 역전과 이 총재 연임에 따른 통화정책의 연속성을 근거로 올 상반기 금리 인상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오는 5월, 이르면 다음달에도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보는 기관이 많다.

이에 비해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은 신중하다.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자금 유출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부채 충격까지 감안해 하반기에야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해외 IB “금리 인상 점진적”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주요 IB는 이 총재의 연임에도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일 이 총재의 연임 결정 후 국내 시장에서 4~5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HSBC와 바클레이즈는 “금리 인상은 경제지표, 가계부채 문제,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 등을 고려해 이뤄질 것”이라며 올 3분기 한 차례 금리 인상이라는 기존 금리 전망을 유지했다. HSBC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제한적이고 소비 증가세가 완만한 상황에서 조속한 금리 인상은 무리”라며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보다는 가계부채 누증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이 더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물가는 이례적으로 계속 둔화하고 있다. 소비가 얼마나 활발한지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1%대 초반에 그치고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치(2.0%)에 한참 못 미쳤다. HSBC는 다만 “이 총재의 연임으로 통화정책 정상화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증권사 “올해 두 차례 인상도”

국내 기관들은 상대적으로 한·미 금리 역전에 더 주목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금리는 연 1.50%, 미국은 연 1.25~1.50%로 상단이 같다. 오는 21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올리면 10년 반 만에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

이 때문에 국내 증권사 10곳 중 7~8곳이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나온 뒤 5월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6월 Fed의 추가 금리 인상 직전이라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Fed는 이달 말을 시작으로 올해 서너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 총재의 연임으로 하반기 한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던 시장 기대가 상반기로 시점이 앞당겨졌다”며 “올해 금리 인상 횟수도 두 차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5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유력하지만 다음달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지난달 금통위에서 하반기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고 성장률도 잠재 수준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추이나 가계대출 등을 고려해 다음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의 큰 걸림돌로 지목돼온 북한 리스크가 완화되고 있다는 점도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요인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 총재 연임이 44년 만이라 전문가들의 예측 범위가 평소보다 넓어지고 있다”며 “미국의 통상 압박 등 예상치 못한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여건으로 금리 인상 시기를 정확히 관측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