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걷은 전경련… "철강 제재서 한국 제외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대미(對美) 통상외교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전경련은 4일 허창수 회장(사진) 명의로 미국 상·하원 의원, 백악관 인사, 주지사, 경제단체장 등 565명에게 “미국 철강수입 제재 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달 대상에는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 케빈 브래디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톰 도너휴 상공회의소 회장 등 유력 인사들이 망라돼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철강마저 수입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 제재 범위가 반도체, 자동차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경제계에 커지고 있어 서한을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의 ‘SOS’ 요청도 빗발쳤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미국 현지 인맥을 동원해도 미 의회를 설득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서한에서 수입 제재 대상국에서 한국이 제외돼야 할 이유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한국이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3개국에 포함될 정도로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의 대미 투자액이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뒤 두 배 이상 급증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또 철강 수입 제재가 자동차 등 미국 내 관련 산업에 악영향을 미쳐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과 한국은 중국산 철강 제품을 우회 수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 가능성도 언급했다.

전경련은 매년 한국과 미국에서 번갈아 열리는 한·미 재계회의를 주관하며 미 의회 및 미 상공회의소 등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2008년 한·미 통화스와프, 2009년 한·미 비자 면제, 2012년 한·미 FTA 발효 과정에서도 전경련 역할이 컸다. 하지만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주요 대기업이 탈퇴하면서 관련 예산이 대폭 축소됐고, 대외 활동도 자제해 왔다.

경제계 관계자는 “각 나라 정권이 교체되면서 통상 정책 기조도 바뀌지만 민간 부문의 방향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전경련처럼 미국, 일본 경제계와 오랜 기간 네트워크를 구축한 민간 외교창구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