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풍력·가스터빈 등 신사업, 5년 뒤 원전 빈자리 채운다"
두산중공업이 신재생에너지 가스터빈 사후서비스(AS) 등의 신사업으로 사업 중심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향후 5년간 7조4000억원을 신사업에서 벌어들이겠다는 구체적인 사업 목표도 수립했다. 석탄, 원전 등을 포함한 올 한 해 수주 계획(6조9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해상풍력 강자 노린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안에 동남아시아 현지 풍력발전 시장 진출을 추진할 것이라고 28일 밝혔다. 국내 풍력발전시장이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만큼 우선 해외에서 판로를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베트남 등 동남아 풍력 시장 문을 두드리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의 첫걸음이다.

이 회사는 문재인 정부의 탈석탄·탈원자력 정책으로 기존 성장동력이 적잖이 훼손됐다. 그동안 6조8000억원에 달하는 기존 사업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정부의 발전정책이 신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만큼 주력 사업도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도 임직원들에게 “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 가스터빈, 서비스 등 신사업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사업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독려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2030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책정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 기준 63.8GW의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 가운데 4.2GW를 풍력과 태양광으로 채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16.5GW 규모의 풍력발전기를 추가로 건설한다. 연평균 1.3GW의 풍력발전기가 발주된다는 얘기다. 작년까지 전국에 설치된 전체 풍력발전기(1.2GW)를 넘어서는 수치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이 발전기들은 대부분 해상풍력으로 건설될 예정이어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상풍력 실적과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에 큰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덩달아 ESS 매출 확대도 노리고 있다. 출력이 일정하지 않은 풍력과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ESS를 통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2016년 미국의 ESS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원에너지시스템즈를 인수해 두산그리드텍을 세웠다. 내부적으로는 최근 신재생에너지 BU(Business Unit)를 신설,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풍력·가스터빈 등 신사업, 5년 뒤 원전 빈자리 채운다"
해외 원전사업도 확대

올해 시제품이 완성되는 가스터빈도 두산중공업의 향후 먹거리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석탄발전의 상당 부분을 LNG 발전이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LNG 발전의 핵심 설비는 가스터빈이다. 2030년까지 7.2GW의 LNG 발전소가 국내에 새로 지어진다. 두산중공업은 국책과제를 통해 발전용 대용량 가스터빈을 개발 중이다.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막바지 단계를 거치고 있다. 최근에는 별도 조직인 GT(Gas Turbine) BU도 신설했다. 두산중공업 측은 “한국과 미국은 물론 북미 중동 유럽 아시아 등을 주목하고 있다”며 “이곳에 설치된 가스터빈이 4400기에 달할 만큼 시장이 무궁무진하다”고 낙관했다.

두산중공업은 원전 등 기존 사업도 유지·발전시켜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발전 서비스사업을 담당하는 서비스 BG도 최근 새롭게 꾸렸다. 발전서비스는 발전소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AS 사업이다. 성능 개선, 정비, 유지보수, 연료 전환 등 고부가가치 부문으로 알려져 있다.

주력 사업이던 원자력발전 등도 해외 수주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2022년까지 총 8조원의 일감을 따낸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말 한국전력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해외 원전 수출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2020년이 되면 기존 사업 수주 비중과 해외 원전을 포함한 신사업 비중이 절반씩 균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며 “성장동력 약화 우려를 차츰 불식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