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물가 이어 택시요금까지 들썩… '인플레의 공포' 닥치나
1월 외식물가 2.8%↑
23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
김밥·도시락·짜장면 등 서민품목 집중적으로 올라
최저임금 인상 효과 줄어
공식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1%대 머물렀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은 2.6%
◆전방위로 이뤄지는 가격 인상
연초 외식업계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은 업종이나 기업 규모, 지역과 무관하게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해마다 가격을 올리는 기업이 있긴 했지만 올해처럼 일제히 인상되는 건 이례적이란 분석이 많다. 기업들은 올 들어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 인상된 데 따른 인건비 부담을 가격 인상의 핵심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전체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2.8% 올랐다. 2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일부 도시락과 삼각김밥, 샌드위치 가격을 100~200원 인상했다. GS25도 일부 도시락과 주먹밥 가격을 100~300원 올렸다. 각 지역에 분포돼 있는 많은 중국집은 짜장면과 짬뽕 가격을 500~1000원가량 인상했다. 김밥천국 롯데리아 맥도날드 맘스터치 등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 역시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이처럼 대중적인 음식의 가격이 집중적으로 오르다 보니 서민 물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식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올 상반기와 하반기에도 가격 인상은 더욱 확산할 것”이라며 “업체들이 기존에 무료였던 서비스마저 유료로 바꾸고 있어 서민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이르면 올 7월부터 택시요금을 최대 25%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상이 현실화되면 택시 기본요금은 현재 3000원에서 4500원으로 높아진다. 2001년(약 25.3%)에 이은 최대폭의 인상이다.
◆괴리 커지는 공식 통계·체감 물가
생산자물가도 심상치 않다. 한은에 따르면 올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3.50(2010=100)으로 전월보다 0.4% 상승했다. 지난해 9월(0.7%) 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생산자물가는 국내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피망 풋고추 파프리카 등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전체 생산자물가를 이끌었다.
하지만 통계청의 공식 통계는 이런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17개월 만의 최저인 1.0%였다. 외식 물가 등이 치솟으면서 소비자가 실제 느끼는 물가 상승률은 높지만 소비자물가 산정 때 포함되는 전·월세, 휴대폰 요금 등의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서민 물가 인상으로 인플레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식 가격부터 택시 등 교통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가격 인상이 이뤄지면 인플레 기대심리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며 “이는 다시 수요를 자극해 실제 인플레 압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소비자가 생각하는 향후 1년간 물가 전망을 뜻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은 올 1월 2.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작년 11~12월 2.5%에 머물다가 올 들어 0.1%포인트 오름세를 나타냈다.
일각에선 물가 인상이 확산되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총구매력을 증대시키는 ‘소득주도성장’ 효과를 크게 희석시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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