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한국은행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경제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욱 명료하게 내비치고 있지만 국내 상황이 만만치 않아서다.

올해 네 차례까지 점쳐지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를 감안하면 한국도 발을 맞춰야 하지만 미국의 통상 압박이 수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 등으로 인해 성장세에 타격을 입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많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22일 “지난해 4분기에 시작한 미국의 물가상승세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 등 자산가격 불안보다 앞으로 물가상승 움직임이 금리 인상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는 견해도 내놨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5%, 근원 물가는 0.3%, 시간당 평균임금은 0.3% 올랐다.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21일(현지시간) 공개된 Fed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봐도 Fed 위원들은 대부분 전월보다 경기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성장 동력이 탄탄해지고 있다는 데에도 동의했다. 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음달 추가 금리 인상은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국의 금리는 연 1.25~1.50%로 한국과 상단이 같다. 다음달 추가 인상되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이 벌어진다.

이 때문에 한은이 최근 부정적인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당초 계획보단 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당초 시장 참여자들은 한은이 올 하반기나 돼야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고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크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를 한참 밑돌고 있어서다.

하지만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점쳐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해외자금 이탈 가능성과 금융안정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다음달 말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가 끝난 뒤 차기 총재가 오는 5월께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신증권과 하나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신영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가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시기로 5월을 지목하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Fed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의 금리 인상도 예상보다 앞당겨진 5월이 유력하다”며 “각국 통화당국이 통화 완화 기조를 정리해 유동성을 조절하는 단계에 있어 한은 역시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금리 결정 회의 이후엔 4월12일과 5월24일 금리 결정 회의가 예정돼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