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 최초로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빙속 여제’ 이상화,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 쇼트트랙 금메달 2연패에 도전하는 심석희….

이들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점 외에도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교보생명이 매년 여는 유소년체육대회가 배출한 한국 스포츠계의 스타라는 점이다.

고 신용호 회장(왼쪽), 신창재 회장.
고 신용호 회장(왼쪽), 신창재 회장.
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이 유력한 ‘효자종목’인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등 빙상 세 개 종목에 출전하는 국가대표는 33명이다. 이 중 75.8%에 달하는 25명이 어린 시절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를 거쳐간 선수들이다. 빙상 종목에 대한 지속적인 후원으로 한국 스포츠 발전에 기여한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 스포츠계의 평가다. ‘어릴 때부터 건강한 체력을 길러야 인격과 지식이 자랄 수 있다’는 고(故)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의지로 이 같은 사회공헌활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교보생명은 1985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34년째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를 열고 있다. 민간 기업이 주최하는 국내 유일한 유소년 전국종합체육대회다. 육상 수영 빙상 체조 유도 탁구 테니스 등 일곱 개 종목에 초등학생 4000여 명이 참가한다. 중요한 기초 종목이지만 축구 야구 등 구기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해 후원 기업을 찾기 어렵다. 대한체육회가 주최하는 전국소년체육대회를 제외하면 초등학생이 출전할 수 있는 경기는 교보생명이 여는 이 대회뿐이다.

교보생명은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은 선수들도 대회에 참가해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모든 선수에게 교통비와 숙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우수선수와 해당 학교에는 장학금도 지급한다. 지원비는 매년 4억원가량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대회 출전 기회를 제공하는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교보생명의 후원 덕분에 빙상 종목이 한국 스포츠의 ‘효자 종목’으로 발돋움했다.
이상화(왼쪽부터), 이승훈, 심석희.
이상화(왼쪽부터), 이승훈, 심석희.
지금까지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를 거쳐간 선수는 13만 명이 넘는다. 국가대표 선수도 370여 명 배출했다. 이들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메달 수만 150여 개에 이른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10명 전원이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를 거쳐갔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메달 가능성이 높은 김보름·김민석 선수와 차세대 피겨 스타로 손꼽히는 차준환·최다빈·김하늘 선수도 이 대회 출신이다.

빙상 종목뿐 아니라 수영의 박태환, 유도의 최민호·김재범, 체조의 양학선·양태영, 탁구의 유승민·오상은 선수 등도 있다. 지난달 호주오픈에서 한국 테니스 역사상 처음 메이저대회 4강에 오른 정현 선수도 초등학교 때 이 대회에 출전했다.

다른 기업이 외면하는 비인기 종목 후원을 시작한 건 고(故)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창업철학에서 비롯됐다. 그는 ‘국민교육진흥’을 슬로건 삼아 세계 최초로 교육보험을 창안하고 교보문고를 설립했다. 어릴 때부터 건강한 체력을 길러야 인격과 지식도 잘 자랄 수 있다는 신 창립자의 뜻에 따라 대회를 만들었다는 것이 교보생명의 설명이다.

이 같은 철학은 2세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물려받았다. 1998년 외환위기 등으로 회사가 어려울 때도 신 회장은 대회 지원을 계속했다. 신 회장은 평소 “교육 효과가 뛰어난 유소년 때부터 체력과 리더십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바쁜 업무 일정에도 불구하고 대회 경기를 참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