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역전이 임박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만 보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내 성장세와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미국 통화정책만 보고 금리 결정 안한다"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는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관련 설명회에서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가 중요한 고려 요인이지만 그것만 보고 한은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외 투자은행(IB)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은 민간 부문 임금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등을 이유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달을 시작으로 올해 네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50%로 미국 금리 상단과 같다. 오는 2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다음달에는 미국 금리가 더 높아진다. 2007년 이후 11년 만에 한·미 금리 역전이다.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어 한은에는 금리 인상 압박 요인이 된다.

하지만 낮은 물가 수준은 반대로 금리를 올리는 데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로 중기 물가안정목표치(2%)를 여전히 밑돌고 있다. 한은도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올해 국내 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겠지만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개선세에 비해 소비와 고용 회복세가 약한 것도 변수다. 과거 여섯 차례 경기 회복기와 경제·금융 상황을 비교할 때 수출과 투자는 과거 평균 수준의 회복세를 띠고 있지만 소비 회복세는 완만하고 증가폭도 상대적으로 작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특히 소비는 실질임금 상승률이 낮은 데다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 등으로 앞으로도 회복 속도가 더딜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변수를 감안해 시장에선 한은의 금리 인상이 올해 한두 차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