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기자의 알쓸커잡] 멕시코에선 '모닝커피' 찾지 마세요
멕시코에는 ‘소브레메사(sobremesa)’라는 전통이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라는 뜻이죠.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의자에 기대어 앉아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는 걸 말합니다. 소브레메사는 10분이 될 수도, 10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전통이 낳은 독특한 카페 문화도 있습니다. 대부분 카페는 낮 12시가 다가오는 늦은 오전에나 문을 엽니다. 세계 주요 도시 카페가 바쁜 직장인의 ‘모닝커피’로 먹고사는 것과는 다릅니다. 가장 붐비는 시간은 이른 저녁 시간. 일터로 돌아가는 사람에게는 마지막 자유를, 일을 마친 사람에겐 하루를 다독이는 위로를 주는 공간이 되는 셈입니다.

커피는 멕시코 문화의 일부이자 경제 그 자체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 생산국 중 하나며, 세계 1위의 유기농 커피 수출국이죠. 권력 투쟁이 벌어지는 정치판이기도 합니다. 그런 커피 강국에서 요즘은 스페셜티 커피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흐름이 생겼다고 합니다. 거대 자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소규모 지역 농장과 함께하는 청년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멕시코시티의 특별한 커피 전통과 새로운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잡지가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미국에서 1년에 두 번 발행하는 무크지 ‘드리프트(Drift)’입니다. 2015년 1월 미국에서 처음 발간됐죠. 매호 한 도시를 선정해 커피 문화와 인물, 공간, 역사 등을 다룹니다. 지금까지 뉴욕, 도쿄, 하바나, 스톡홀름, 멜버른 등이 출간됐습니다. 한국어판은 올해 나온 멕시코시티와 스톡홀름, 멜버른 편이 있고요.

드리프트는 수십 명의 카페 오너와 커피 농장주, 손님, 로스터, 주변 상인, 작가, 사진작가 등을 섭외해 ‘그 도시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20세기 초 6만여 명의 중국인 이민자가 멕시코로 이주하면서 이들이 어울리기 위해 선택한 것은 커피였습니다. 건설현장 노동자를 위해 중국인은 ‘카페 데 치노스(중국인의 커피)’라는 카페 문화를 만들어 달콤하고 값싼 빵과 커피를 내놨습니다. 지금도 ‘상하이 카페’ ‘카오룽 딜라이트’ 등 중국식 카페가 인기라고 합니다.

스톡홀름 편에는 ‘스웨덴의 양성평등이 커피 문화에 미친 영향’ 등 흥미로운 주제로 가득합니다. 멜버른 편에도 호주 남부의 작은 도시가 어떻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도시가 됐는지 비밀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잡지명 드리프트는 ‘표류’라는 뜻입니다. 표류하는 사람은 특정 기간 개인적인 이해관계와 일, 일상을 잊고 어떤 장소와 그곳 사람들의 매력에 이끌린다는 말이 있지요. 드리프트를 읽다 보면 커피와 함께 그 도시를 표류하는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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