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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일몰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이 폐지보다는 상시화나 기한 연장으로 추진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성과와 평가’ 공청회에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법정관리는 서로 제도적 지원방식이 달라서 일률적으로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지 평가하기 어렵다”며 “여러 기회를 열어두고 각 부실기업의 특성에 맞는 구조조정 방법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론자 “재기 발판 마련에 유리”

기촉법은 주채권은행이 주도하는 워크아웃의 근거다. 경영 위기에 놓인 기업이 법정관리로 가기 전, 해당 기업에 돈을 빌려준 채권단이 기업의 회생을 목표로 추가 자금을 지원하는 식이다. 기촉법은 2001년 5년짜리 한시법으로 제정됐다가 다섯 차례 기한이 연장됐다. 이날 공청회는 오는 6월 기촉법 일몰을 앞두고 그간 성과를 따지면서 향후 존폐 여부를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했다.

김 연구위원은 기촉법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워크아웃은 신규자금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의 계속적 영업행위가 중요한 상황에서는 워크아웃이 효과적”이라며 “법정관리는 채무 변제가 활발하지만 신규자금 지원이 어려워 기업의 규모 축소 및 자산 매각을 통한 수익성 개선식 구조조정이어서 각각 쓸모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도 기촉법 상시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촉법은 늘어나는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유용한 수단이자 위기시 국가 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산업을 지원하는 제도적 틀”이라며 “이를 ‘관치’라고 치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기촉법을 두고 국책은행을 통한 관치가 아니냐는 논란을 감안한 발언이다. 최 위원장은 “기촉법이 있으면 기업은 신규 자금을 지원받고 상거래를 유지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승태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 위원장 역시 “기촉법이 사라지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중요한 정상화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며 “기촉법은 일시적으로 자금 유동성이 부족하지만 경쟁력 있는 기업에게 유용한 구조조정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선 반대…대안 마련 주장

법조계를 중심으로 기촉법은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심태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는 워크아웃이 오히려 회생절차를 통한 구조조정 시장 형성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 부장판사는 “기촉법이 상시화되면 기업들이 어떤 구조조정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어 구조조정 과정이 지연될 수 있다”며 “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 대부분이 지나치게 긴 의사결정 과정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워크아웃과 회생절차의 장점을 엮은 ‘하이브리드 절차’를 만드는 것이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남창우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워크아웃의 성공률이 회생절차보다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남 실장은 “최근 3년간 워크아웃 돌입 기업의 영업이익률 등 정상화 지표를 보면 회생절차를 밟은 기업의 성과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성과가 저조한데도 상시화하는 게 올바른 방법인지 조금 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올해 기촉법 개정 논의 때 참고 및 반영할 계획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