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회사들은 호황기를 보내고 있다. 글로벌 경기 호조 속에 국제 유가까지 급등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에쓰오일뿐 아니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속속 내놓고 있다.

유가 점진적으로 올라 더 호재

에쓰오일이 지난해 1조311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1조2054억원)보다 8.8% 증가한 것으로 창사 이래 최고치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순이익도 2조2139억원으로 28.6% 늘어났다. GS는 손자회사인 GS칼텍스의 실적 호조로 작년 영업이익이 19.2% 증가한 2조1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 유가가 오른 덕에 정유사업의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초 배럴당 52달러대였던 미국 서부텍사스유(WTI)는 현재 64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69~70달러대에 이른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업체가 원유를 정제해 생산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덩달아 오르면서 수익성이 좋아진다. 국내 정유사들이 보유한 원유 재고 가치가 높아진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 석유제품 수요 자체가 줄어 수익성이 악화할 위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유가는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 경기 호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석유제품 수요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기관들의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지금 추세라면 정유회사들의 실적이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호조 등으로 정유 제품 수요 증가세가 원유 정제 설비 증가율을 웃돌면서 정제 마진(정유업체가 원유를 정제해 남기는 이익) 상승세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제 마진이 급등하기 전에 정유주에 투자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유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50년 만에 최대치에 근접했다”며 “올해 하루평균 원유 생산량은 1000만 배럴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기 호조에 석유화학도 웃음

비(非)정유 사업 부문인 석유화학 부문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제품인 벤젠과 파라자일렌(PX), 프로필렌 등의 가격은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다. 벤젠은 지난해 1월 t당 1000달러를 넘긴 이후 상반기 하락을 거듭해 7월에는 726달러까지 떨어졌으나 하반기 이후 꾸준히 상승해 940달러 선을 회복했다. 지난해 7월 t당 770달러대까지 하락한 PX 가격도 이달 960달러 선을 넘어섰다.

글로벌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석유화학제품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국내 기업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석탄 생산량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석유화학 생산 설비 가동률이 감소하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1분기 정유업계 실적 개선의 핵심은 석유화학 분야”라며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의 마진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강세)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지난해 원화 강세로 국내 정유사들의 이익 증가 폭이 상당 부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