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 아닌 금징어 > 강추위와 잦은 풍랑주의보로 해상 조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수산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물오징어 가격은 ㎏당 8600원으로 1년 전보다 40% 올랐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 오징어 아닌 금징어 > 강추위와 잦은 풍랑주의보로 해상 조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수산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물오징어 가격은 ㎏당 8600원으로 1년 전보다 40% 올랐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농수산물부터 커피 치킨 라면 김밥 도시락은 물론 세차비와 기름값 임대료까지 “안 오르는 게 없다”고들 한다. 먹고 마시고 생활하는 데 드는 비용은 모두 오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강력한 한파,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원인이다. 여기서 끝날 분위기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는 아직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와 체감 물가의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섭게 오른 신선식품

마트 간 주부들 울상 "채소·과일·수산물, 안 오른 게 없어요"
농수산물 가격은 1개월 새 두 배가량 오른 품목이 많다. 설을 20여 일 앞둔 1년 전과 비교해도 크게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감자 평균 도매가격은 20㎏당 5만34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7% 올랐다. 생강은 89%, 찹쌀 52%, 적상추 49%, 얼갈이배추는 45% 상승했다. 오이와 피망 가격도 30% 넘게 비싸졌다.

사과 배 단감 등 과일도 사는 게 부담스럽다. 사과는 후지 기준 한 달 새 12%, 배는 8%, 단감은 7% 비싸졌다. 지난해 생산량이 2016년보다 적은 탓이다. 사과를 제외하면 올해 재배면적이 줄어들어 당분간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수산물 중에선 고등어 갈치 등이 어획량 감소로 5~8%가량 가격이 올랐다. 설에 많이 선물하는 한우도 도축 마릿수가 줄어들어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산물 가운데는 오징어 맛보기가 쉽지 않다. 강추위로 조업을 못하면서 공급량이 크게 줄었다. 냉동 물오징어 가격은 ㎏당 8600원 선이다. 1년 전에 비해 약 40% 올랐다. 참치와 갈치도 같은 기간 28~40%가량 올랐다.

유통업계는 겨울철 농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뒤 봄 가뭄, 여름 폭우가 이어지면 올해 내내 신선식품 물가가 불안할 것으로 예상했다. aT 관계자는 “봄 가뭄이 오면 농산물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차비 세탁비까지 올라

먹는 것뿐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각종 서비스 물가가 오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S주유소는 올 들어 자동세차 비용을 2000원씩 올렸다. 이 주유소 관계자는 “자동세차를 하더라도 기계 조작과 세차 후반 작업에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세차비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인 주문 시스템 등을 운영하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지만 세탁소, 미용실 등 인건비 부담이 큰 업종일수록 타격이 크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외식물가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으로 전체 물가상승률보다 높았다. 김밥 소주 라면 짬뽕 등 대중적 메뉴 가격이 많이 올랐다. 김밥은 작년 한 해에만 7.8% 올랐다. 전체 소비자 물가와 비교하면 4배 높은 수준이다. 라면(4.2%) 짬뽕(4.0%) 설렁탕(3.3%) 짜장면(3.2%) 등도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서울 논현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직원 1인당 하루 인건비가 10만원 가까이 더 늘어 주요 메뉴 가격을 연초부터 1000원씩 올렸다”며 “각종 식재료 가격도 인상되면서 다른 메뉴도 가격을 올려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6개월 연속 꺾이지 않는 휘발유값도 가계 부담을 높이고 있다.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값은 지난주 L당 1555원을 넘어섰다.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도 오르고 있어 향후 물가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