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예산 32조원 규모의 서울시 금고지기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을 시작했다. 서울시 금고는 지방자치단체 금고 중 올해 ‘최대어’로 꼽히고 있어 서울시가 은행 선정 입찰 공고를 내놓기도 전부터 103년간 독점해온 우리은행과 이를 빼앗아 오기 위한 시중은행들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32조 서울시 금고쟁탈전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르면 이달 시금고 은행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고, 오는 3월께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에 선정된 은행은 내년부터 4년간 31조8000억원 규모(기금 포함)에 이르는 서울시 예산과 기금을 관리하게 된다.

시중은행이 시금고 은행 자리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정부 교부금, 지방세, 기금 등을 끌어들일 수 있고 세출, 교부금 등의 출납 업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또 추후 서울시 공무원과 가족 등을 통한 영업활동으로 부수적인 고객 유인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단수 금고제를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이 올해까지 103년간 금고지기를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과의 계약만료를 앞두고 신한, 국민 등 시중은행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처럼 복수금고를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고지기를 한 은행이 오랜 기간 맡으면 해킹, 전산 등에 대한 부작용도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금고지기 수성을 위한 우리은행도 분주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국내 최초로 수납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지금껏 단 한 번의 오류도 없었다”며 “103년 동안 관리해온 노하우는 물론 시금고 담당 인력만 1600여 명과 콜센터 등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