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형 CEO 정용진의 '다·즐·직'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2013년부터 새로운 사업을 쏟아내고 있다.

경쟁 상대도 그때마다 바뀐다. 가정간편식 피코크에 집중할 때는 시장의 강자 CJ제일제당이었다. 2016년 ‘쓱닷컴’으로 최저가 경쟁을 할 때는 쿠팡을 상대했다.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에 이르자 그는 “경쟁자는 집”이라고 했다. 스타필드에 나와 쉬고, 놀고, 먹게 하겠다는 얘기였다. 이번엔 세계적 푸드서비스 업체들과 붙어보겠다고 미국으로 향한다. 일렉트로마트, 이마트24, 노브랜드, 제주소주 등도 정 부회장이 새롭게 만든 브랜드다. 그렇게 5년여간 끊임없이 경쟁자를 바꾸며 싸웠다. 도전은 일상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태세다.

이런 정 부회장에 대해 한 임원은 이런 말을 했다. “다르다, 즐긴다, 직접 한다 이 세 가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다르다’는 다른 기업이 하지 않는 것을 앞서서 한다는 의미다. 주 35시간 근로제 도입도 비슷한 맥락이다.

또 그는 즐긴다. 좋아하는 일을 사업으로 만든다. 먹는 것은 피코크, 술은 제주소주, 전자제품은 일렉트로마트 등의 브랜드가 됐다. 이마트의 반려동물 숍 이름은 기르는 반려견 이름을 딴 ‘몰리스 펫샵’이 됐다.
신유형 CEO 정용진의 '다·즐·직'
이런 일을 정 부회장은 직접 한다. 제주소주 ‘푸른밤’을 개발할 때 거의 매일 소주를 맛보며 맛을 바꿨다. 피코크 음식을 개발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브랜드를 개발하고, 신사업을 벌일 때 아이디어 대부분은 정 부회장이 낸다. 이 아이디어를 신세계그룹에서는 ‘빅 픽처’라고 부른다. 기자들과도 행사장 같은 곳에서 만나 설명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사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신년계획도 직접 설명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통해 사업을 알리는 것도 그의 일이다. 커뮤니케이터 역할도 하는 셈이다.

여기서 또 다른 다름이 드러난다. 기존 오너 경영자들과 다른 ‘정용진’의 이미지는 이런 과정을 통해 형성됐다. 이미지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처음 만나는 유형의 최고경영자(CEO)인 것은 분명하다.

미국 시장에 대한 도전은 이 세 가지가 합쳐진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신세계 사람들은 얘기한다.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성취감과 기업의 성장이다. 이를 기업가정신 또는 기업인의 본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가 끝없는 도전을 통해 한국 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기업인에게 행복추구권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기업을 성장하게 하는 것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