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사장 물러나는 이관섭 "원전 불안 근거없이 부풀려져"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사진)은 19일 퇴임식에서 “원자력 안전에 대한 과학적 믿음에서 벗어나 근거 없이 부풀려지고 과장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날 경북 경주 본사에서 퇴임식을 하고 “오늘날 인류가 발전한 것은 과학기술이 발전한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 2016년 11월 취임한 이 사장은 임기가 내년 11월까지지만 최근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했다. 탈(脫)원전 정책을 표방한 정부로부터 퇴임 압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론화 과정에 건설 찬성 측 의견을 대표해 참여했다. 그는 “정부가 전북 부안에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설치하려 했을 때 그 일을 했다”며 “그 경험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때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04년 부안을 방폐장 부지로 선정했다가 주민 반대에 부딪혀 취소했다. 당시 이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방사성폐기물팀장이었다.

이 사장은 “(부안 방폐장 사태의) 아쉬움이 십수 년간 마음속에 있었다”며 “우리가 원한 대로(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로) 결과가 나와 마음의 부채가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에 성공하고 1호기 준공을 올해 말 앞두고 있다”며 “UAE 원전을 잘 마무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영국 체코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임직원에게 “작년에도 어려웠지만 올해도 어려운 일이 많을 것”이라며 “하지만 어렵다고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루겠다’는 간절함으로 해외사업과 안전한 원전을 건설하는 데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이 사장이 물러남에 따라 한국전력을 비롯한 7개 전력 공기업 사장이 모두 공석이 됐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작년 12월 한전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사임했다.

김용진 동서발전 사장은 지난해 6월 기획재정부 2차관으로 옮겼고, 남부·서부·중부·남동발전 사장은 지난해 9월 동반 사퇴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