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cho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 기자choo@hankyung.com
북극은 세계 무역과 국가 안보에 있어 엄청난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 지역이다. 러시아가 이 지역에 군사력을 대규모로 증강하면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극해에 배치된 미국의 공격용 잠수함들에 의해 야기된 위협을 과대 선전해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북극 해역을 전략적 핵 군사력의 핵심 요소인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의 은신처로 활용해왔다. 그리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역 군사 시설을 강화하려 한다. 이는 ‘대비태세가 잘 갖춰져야 핵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러시아의 오랜 관점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

이런 전략적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러시아는 북극사령부를 창설, 2015년 가동에 들어갔다. 또한 새 비행장, 항구, 방공시설, 막사 등 막대한 군비 증강에 착수했다. 군사 훈련과 군사활동의 속도도 높였다.

러시아 안보위원회는 북극을 ‘주요 전략 자원 기지’로 지정했다. 미 외교협회는 2017년 보고서를 통해 북극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20%, 러시아 수출의 22%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이 에너지로 러시아 천연가스의 95%, 석유의 75%에 달한다.

얼음이 점점 줄어들면서 이 지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러시아 북극 해안을 따라 나 있는 북극해 항로는 여름 내내 얼음 없는 항해가 가능해졌다.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1년 내내 얼음 없이 항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북극해 항로는 수에즈 운하나 희망봉 항로에 비해 거리가 40% 짧아 세계 해양 교통의 대대적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극해 항로가 국제 수역에 속하는지, 러시아 영해에 속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북극해 항로의 광범위한 사용은 러시아에 엄청난 경제적 영향력을 가져다 줄 것이다.

러시아는 다른 북극권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영유권을 야심차게 주장해왔다. 덴마크와 러시아는 북극과 북극해 연안의 소유권을 주장해 왔다. 캐나다는 이에 맞서 올해 대립하는 주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분쟁 지역은 약 20만 평방마일에 달하며, 러시아의 추산에 따르면 탄화수소 매장량이 최대 100억t에 이를 수도 있다.

지금까지 북극에 대한 지배권은 북극 이사회 협의를 통해 이뤄졌다. 북극 이사회는 1996년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러시아, 스웨덴, 그리고 미국에 의해 만들어졌다.

지금은 중국, 인도, 일본을 비롯한 13개 비(非)북극권 옵서버 국가들이 참여할 정도로 커졌다. 북극 이사회가 관할권 내의 건강 및 환경 관련 문제에 대해 잘 대처해왔지만, 협정을 강행할 권한이 없고 안보 문제를 다룰 능력도 없다.

북극에는 서구의 주요 군사시설이 없다. 단지 소수의 미국 해안경비대만이 운영되고 있다. 러시아의 북극 군사력 증강에 대한 서구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핼리팩스 안보포럼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NATO 사무총장은 북극을 포함하는 대서양 사령부를 창설하자는 동맹국의 계획을 설명했다. 이 계획은 북극해 연안의 5개 NATO 회원국을 포함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미국 정부는 새로운 NATO 사령부를 지지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많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새 사령부는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항로 및 통신에 대한 위협에 맞서 러시아 정보·군사활동 감시, 해양 수색 및 구조 작전 조정, 군사시설 구축 등 분명한 임무를 갖도록 해야 한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NATO 동맹국, 특히 북극해에서 이익을 얻는 국가들이 제공하는 감시 및 해상순찰 플랫폼을 비롯해 군함, 잠수함, 항공기 등 적절한 자원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미국은 첨단 쇄빙선을 투입하고, 더 많은 군사훈련과 순찰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새로운 사령부 본부를 미국 땅에 두는 것도 현명한 방안일 것이다. 대서양 사령부를 현실화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는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는 한편 NATO 내부나 전 세계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원제=A Cold War in the Arctic Circle

정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폴라 도브리안스키 < 하버드대 벨퍼센터 선임연구원·미국 前 국무부 차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