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에 있는 웅진에너지 웨이퍼 생산라인에서 직원이 일하고 있다. 웅진에너지 제공
경북 구미시에 있는 웅진에너지 웨이퍼 생산라인에서 직원이 일하고 있다. 웅진에너지 제공
2012년 태양광업체 웅진에너지는 150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웅진그룹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세계 태양광 시장도 어려웠다. 사측은 “사정이 좋아지면 함께 일하자”고 약속했다. 약속을 믿기 어려웠지만 남은 직원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잠시 떠난 동료에게 일자리를 돌려주기 위해 꿋꿋이 버텼다. 24시간 생산라인을 지키며 효율화에 매진했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냈다. 수율이 높아지자 자신감이 붙었다. 적자폭도 줄기 시작했다. 2013년 퇴사한 인력을 다시 채용할 수 있었다. 60명이 재입사했다. 이들의 충성도는 남달랐다. 더 열심히 일했다. 그 덕분에 웅진에너지는 세계 1위 웨이퍼 가공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웅진에너지는 긴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작년 50억원 안팎(추정치)의 영업이익을 냈다. 생존의 기로에 섰던 2012년 이후 5년 만의 최대치다.

◆치킨게임서 유일하게 생존

'태양광 치킨게임' 터널 빠져나온 웅진에너지
웅진에너지가 사투를 벌이는 동안 국내외 많은 태양광업체가 줄줄이 쓰러졌다. 중국이 값싼 전기료와 인건비를 내세워 파상공세를 펼친 탓이다. 유럽 경제위기 여파로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태양광 보조금을 삭감해 수요도 줄었다.

2014년 국내 잉곳·웨이퍼 생산업체 넥솔론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16년 한솔테크닉스 SKC솔믹스가 사업을 접었으며, 미국 태양광업체 선에디슨이 파산했다. 작년엔 독일 솔라월드도 문을 닫았다. 웅진에너지는 국내 잉곳·웨이퍼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직원들이 똘똘 뭉쳐 일궈낸 성과다.

웅진에너지 연구소와 생산혁신팀 직원들은 24시간 현장을 지키며 끊임없이 수십 개 생산설비의 미세조정 개선 작업을 한다. 예컨대 웨이퍼는 너무 얇아 생산라인에서 여러 장 겹쳐 나오는 사례가 많다. 여러 장 겹쳐 나오면 버릴 수밖에 없다. 이를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품을 이용해 해결했다. 이런 방식으로 공정 곳곳에 효율화를 위해 크고 작은 아이디어를 적용, 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원가를 줄였다. 웅진에너지의 웨이퍼링 장비의 대당 월 생산량은 68만 장이다. 시장 평균인 38만 장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웅진에너지 관계자는 “시장에서 보급되는 웨이퍼링 장비에 웅진에너지만의 최적화 기술을 접목한 것”이라며 “웅진에너지에 투자한 한화케미칼 직원들이 실사차 방문했을 때 감탄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올해 턴어라운드 본격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끝까지 지원한 것도 웅진에너지가 생존할 수 있던 배경이다. 2014년부터 매년 꾸준히 100억원 안팎을 투자했다. 이번 달엔 30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웅진 관계자는 “적기에 공장과 설비를 사들이는 등 투자에 나선 것도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선 웅진에너지 실적이 올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웅진에너지는 2013년 227억원, 2014년 13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2015년 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흑자 전환했다. 2016년엔 5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SKC솔믹스로부터 경북 구미공장을 인수한 뒤 설비 이전 등을 위해 4분기 공장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작년엔 5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웅진에너지는 추정했다. 증권업계는 올해 웅진에너지 영업이익이 10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