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8’에 참가해 한 자동차 전장 전문업체를 둘러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8’에 참가해 한 자동차 전장 전문업체를 둘러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미래 자동차 사업에 대해 “제대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품질을 지닌 자동차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움켜쥐겠다고 했다. 지난해 중국 등에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선 “아프지만 건강에는 좋은 주사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중국 판매량이 재작년 수준인 100만 대로 회복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8’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정 부회장의 이날 화두는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 수소연료전기자동차(FCEV) 등 미래차였다. 그는 “차가 전장화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아닌 우리(현대차)도 ICT 업체처럼 변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일하는 방식과 의사결정 속도 등 모든 게 달라져야 한다”며 “이를 누가 먼저 하느냐가 생사를 결정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번 CES에서 발표한 자율주행 전문기업 오로라와의 협업은 오랜 기간 준비한 결과”라며 “단순히 보여주기식 변화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카셰어링(차량 공유)이 확산되면 차가 덜 팔릴 것이란 전망에 대해선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의 말대로 차는 오히려 더 많이 팔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차량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는 데다 중국과 인도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전기차와 수소차 간의 미래 친환경차 주도권 경쟁에 대해선 “저 같으면 한 번 충전으로 1주일을 탈 수 있는 수소차를 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는 전고체 배터리를 쓰더라도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000㎞가 안 된다”며 “반면 수소차는 1000㎞까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국내외 시장 전망도 내놨다. 정 부회장은 중국 시장과 관련해 “작년의 위기는 굉장히 심각했지만, 오히려 좋은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한다”며 “올해는 중국에서 재작년(2016년) 수준인 90만 대, 많으면 100만 대까지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시장에 대해선 “전체 경기는 좋은데 자동차 경기는 꺾이기 시작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신형 싼타페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종을 늘려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게 정 부회장의 구상이다.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에 대해선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중요한 시장”이라며 “일본차가 장악하고 있지만 오히려 확실한 차별화 전략만 있다면 점유율을 25%까지 바로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차의 강점과 부족한 점에 대한 자평도 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가 품질 면에서는 강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포르쉐 정도의 품질은 돼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따른 고단함도 토로했다. 그는 “경쟁사들은 어떻게든 현대차를 끌어내리기 위해 가격 할인 등의 공세를 펴고 있지만 말려들면 안 된다”며 “원가 절감뿐만 아니라 다른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글로벌 업체들을 쫓아가기 위해 바쁘고 힘들었다”고도 했다. 아직 현대·기아차가 시도하지 않은 픽업트럭과 컨버터블 모델 개발을 놓고서도 “고민이 많다”고 했다.

정 부회장의 소탈함을 보여주는 소소한 얘기도 이어졌다. 그는 ‘개인적으로 (현대차그룹 모델 외) 좋아하는 차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포르쉐911이 완벽하다고 생각한다”며 “테슬라도 도전적 측면에서 뛰어난 차”라고 평가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느냐’는 질문엔 “소주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현대차에 대한 ‘악성 댓글’에 대해선 “말이 되는 악성 댓글이 있으면 ‘내 탓이오’라고 생각한다”며 “무관심이 더 무서운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라스베이거스=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