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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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유나 씨(27)는 얼마전 퇴근길 동네에 있는 청과물 가게에 들렀다가 크게 실망했다. 겨울철 대표 과일인 귤을 사려고 했지만 물량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귤은 겨울에 흔히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다"며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겨울 과일인 감귤이 귀하신 몸이 됐다. 주산지인 제주의 이상기후로 출하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5일 가락시장에서 감귤(10kg·특품)은 평균 2만531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급등했다. 최근 5년 평균 가격에 비해서도 112%나 올랐다. 특히 다음 달 설 명절 특수가 있어 가격이 계속 오름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11월까지 11개월간 귤값은 전년 동기 대비 84.0%나 올랐다. 1년 새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통계청의 물가 조사 대상 460개 품목 중 인상 폭이 가장 컸다.

보통 11~1월까지는 노지감귤(밖에서 키운 귤)을 먹는다. 노지감귤은 11월 수확해 저장했다가 겨울 내내 먹는다. 지난 봄 제주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열매가 안 맺히는 '헛꽃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노지감귤 생산량은 44만7200t가량이다. 2016년(46만6800t)과 평년(55만5200t)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양이다. 주산지인 제주도에선 역대 최저치인 41만t만 생산됐다.

또 지난 가을에는 평년의 2배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알이 커졌다. 귤은 다른 과일류와 달리 크기가 커지면 상품성이 떨어진다. 당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서다.

그나마 출하된 귤은 당산비(당도와 산도)가 높아 가격을 끌어올리는데 영향을 주고 있다. 보통 당산비가 높으면 품질이 좋은 것으로 취급받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수확한 노지감귤 당산비는 10.9(당도 9.9브릭스, 산함량 0.9%)로 전년(10.3)에 비해 좋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기온이 높고 비가 많이 와 착과량이 적고 대과가 많아졌다"며 "출하량은 줄었지만 품질 좋은 귤이 많아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청과 소매상들은 좋은 품질의 감귤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영등포 청과물시장, 가락시장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로구의 박상훈 대포청과상회 대표는 "이 시기에 방문하는 소비자의 대부분이 귤을 사기 위해 오는 분들"이라며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이틀에 한 번씩 도매시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