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파워독서] 콘텐츠 함정에서 벗어나라… 거대한 기회가 열린다
통념을 깨는 책을 만나는 흥분과 유익이 있다. 바라트 아난드가 쓴 《콘텐츠의 미래》가 바로 그런 책이다. 핵심 메시지는 “콘텐츠 함정에서 벗어나는 순간 거대한 기회가 열린다”는 한 문장에 담겨 있다. 이 책은 콘텐츠 기업만이 아니라 제조 업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은연중 공유하고 있는 믿음은 ‘콘텐츠 제일주의’다.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주장에 누가 이견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콘텐츠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콘텐츠의 질에만 집중하면 결국 ‘콘텐츠 함정’에 빠지고 몰락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이것이 아난드의 핵심 주장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한 단어, 바로 ‘연결성’ 때문이다. 저자는 연결성이란 맥락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생각하지 못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숱한 사례를 소개한다. 더욱이 연결성이란 제약 조건을 잘 활용해 성공을 거둔 성공 사례들도 나와 있다.

이 책이 독자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는 명료하게 정의할 수 있다. 디지털 변화와 그 변화에서 길을 찾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주장은 “디지털 항해는 결국 마음자세 또는 사고방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를 쉽게 표현하면 ‘콘텐츠 중심’에서 ‘연결 중심’으로 사고방식을 전환해야 성공의 길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당부하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우리가 하는 일과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의 연결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둘째, 연관돼 있지만 보이지 않는 기회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현재 우리의 활동 무대 너머를 바라봐야 한다. 셋째, 우리가 하는 일이 우리가 있는 곳에 의해 어떻게 영향받는지 깨달아야 한다.

이 책에서 연결성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 사용자 연결, 제품 연결, 기능적 연결이다. 책의 구성도 세 가지 연결성에 맞춰 4부로 구성된다. 사용자 연결관계, 제품 연결관계, 기능적 연결관계, 광고와 교육이다. 콘텐츠 세계에서는 소비자의 활동이나 취향, 행동을 잇는 연결고리를 보기보다는 하나씩 개별적으로 조명한다. 하지만 디지털 세계에서 성공과 실패의 전파는 콘텐츠의 질이나 어느 개인의 행위보다 개인 간 밀접한 관계에서 더 많이 비롯된다. 스칸디나비아 신문사가 디지털 변환에 성공하는 사례는 무척 인상적이다.

핵심 제품에 집중하는 조직은 콘텐츠를 새로 만들어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쏟는다. 디지털 세계에서 제품 하나에만 집중하면 제품 간 관계를 보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더 큰 가치를 지닌 기회를 놓치게 된다. 마지막으로 기능적 연결의 성공과 실패 사례는 주간지 ‘이코노미니스트’의 약진과 ‘뉴스위크’의 몰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능적 연결관계는 사용자와 제품을 넘어 다른 회사와의 차별화에 기여하게 된다.

책 내용도 우수하지만 책의 구성도 잘 조직화돼 있다. 여기서 잘 조직화돼 있다는 의미는 독자가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 방향을 잃지 않고 마치 표지판을 따라가면서 읽을 수 있음을 뜻한다. 풍성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뛰어난 통찰력을 담은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