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모습으로 파워건으로 청소하는 모습을 찍고 싶었으나 어려웠다. 모델컷으로 대체한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이런 모습으로 파워건으로 청소하는 모습을 찍고 싶었으나 어려웠다. 모델컷으로 대체한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당연하게 느껴졌다. 이른 아침 주방에 들어설 때 발에 밟히는 이물감. 청소 때마가 희한하게 쌓여 있는 소파 밑의 먼지들 말이다.

특히나 출퇴근으로 아침이나 저녁에만 잠시 청소의 기회(?)가 있는 가정에서 청소는 시간잡기부터가 어려운 과제다. 퇴근 후에 저녁식사를 하고 청소를 좀 해볼까 하면 8~9시를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아서다. 층간소음의 주범으로 찍히기는 싫다보니 청소기는 엄두도 못낸다.

그렇다보니 주말에 몰아서 하는 청소는 그야말로 '전쟁'에 가깝다. 쉬고 싶을 때 청소를 해야하니 기본적으로 귀찮다. 일주일간 밀렸던 정리에 침대며 소파를 이동하면서 청소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개운치 않은 느낌은 늘상 있었다.

'청소기 탓이야'라고 핑계를 대고 싶으면서도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라는 글귀가 발목을 잡았다. 학생 때부터 따지면 청소 경력이 얼마인데 청소기 때문인가 싶었다.

청소용품을 그동안 안 샀던 것은 아니다. 이미 집 안에서는 알게 모르게 청소도구의 역사는 흘러왔다. 마트에서 새로운 청소도구를 사보고 홈쇼핑 채널을 돌리면서 말이다. 봉투형 진공청소기부터 한경희 스팀청소기, 극세사 걸레, 전동걸레, 로봇 청소기 등…. 혼자든 여럿이든 살림을 5년 이상 해봤다면 집 안 곳곳에 사용하지 않는 청소도구가 없는 집은 없을 것이다.

10년 동안 세탁기는 안 바꿔도 집을 들락날락한 청소도구는 꼭 있다. 이는 개운하게 청소고민을 덜어주는 도구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 더욱이 기본적인 먼지 청소기 보다는 뭔가 덧붙이는 청소도구들이 변죽을 울려대는 꼴이었다.

연휴를 맞아 무선 핸디스틱 청소기 '파워건 VS8000'을 메탈실버로 빌려서 사용해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만족'이다. 빌려서 썼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집에서 느껴왔던 바닥의 이물감이 싹 사라져서다.

삼성전자의 '파워건'은 지난해 청소기 대전에서 가장 늦게 선보인 제품이다. 다이슨의 'V8'나 LG전자의 'A9'의 격전기에 10월께 뛰어들었다. 시기적으로 아직까지 시중에 덜 알려져 있고 후기도 적다보니 그만큼 써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파워건의 박스포장 형태(왼쪽). 본체 외에도 다양한 브러시들이 들어 있다. (사진 김하나)
파워건의 박스포장 형태(왼쪽). 본체 외에도 다양한 브러시들이 들어 있다. (사진 김하나)
첫 번째로 만족스러운 부분은 '부피'와 '주행성'이었다. 크기 자체가 집에 기존에 있었던 유선청소기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끌고 다녀서 실감나지 않았지만 유선청소기 본체를 들어보니 '꽤 무거운 녀석을 끌고 다녔네', '덕분에 복숭아뼈 충돌에 발가락 좀 끼어서 아파도 봤지' 등의 기억이 스쳐갔다. 파워건은 날렵한 몸매를 자랑했다. 하지만 이는 다이슨이나 LG전자의 제품에서도 느낄 수 있는 점이니 비교는 어려울 듯 싶다.

비교 가능한 포인트는 주행성이다. 수많은 브러시 중에서도 메인인 듀얼 액션 브러시는 바닥에 착착 붙는 맛이 있었다. 파워건의 특징인 플렉스 핸들을 이용하니 식탁이나 책상의 바랫부분을 청소하기가 편리했다. 듀얼브러시와 플렉스 핸들을 동시에 사용하는 느낌도 좋았다. 핸들을 꺾은 상태에서 좌우로 주행하면서 청소할 수 있었다.

플렉스 핸들의 편리성은 길이 조절이 되지 않는 청소기 관의 단점을 충분히 커버할 만 했다. 몸에서 멀리 청소리를 보낼 때에는 플렉스 핸들을 이용해 간편하게 집어 넣을 수 있었다. 허리를 굽히지 않는데다 터보모드로 작동하다보니 브러시가 구석구석 닿지 않아도 먼지를 빨아들이기에는 충분했다.

다음으로 '머리카락 청소'를 빼놓을 수 없다. 기존 청소기로는 중간중간 머리카락을 손으로 떼주면서 청소를 해야 했다. 테이프 청소기와 3M 정전기 청소포를 놓을 수 없는 까닭도 머리카락 때문이었다. 파워건은 널려 있는 머리카락부터 뭉친 머리카락까지 쏙쏙 빨아들였다. 재밌는 점은 터보 버튼을 누르지 않을 때에도 흡수가 잘 된다는 점이었다.

파워건의 손잡이 부분에는 검지 손가락으로 누를 수 있는 버튼이 있다. 터보 버튼인데, 이를 누르면 150W까지 파워가 올라간다. 소리부터 실감할 수 있는 힘찬 흡입력이다. 다만 보통일 때에는 소음이 적은 일반 모드가 된다. 조용한 편이다보니 저녁에 간단한 청소에도 유리했다. 일반모드지만 브러시가 지나간 자리 만큼은 확실한 청소가 가능하고 머리카락 흡입은 틀림없이 해냈다.

일반 모드는 조용한 점 외에 거실의 카페트 청소도 유리했다. 터보 버튼을 누르니 흡입력이 너무 센 나머지 카페트를 들어올릴 정도였다. 하지만 일반모드에서는 카페트 위의 먼지를 무난하게 처리했다.
덩치부터 차이나는 기존의 유선청소기와 파워건(왼쪽). 세워서 보관이 어렵다보니 구석에 기대놓아야 했다. (사진 김하나)
덩치부터 차이나는 기존의 유선청소기와 파워건(왼쪽). 세워서 보관이 어렵다보니 구석에 기대놓아야 했다. (사진 김하나)
다양한 브러시도 만족스러웠다. 형태만 다를 뿐이고 흡입력은 강력하다보니 창틀이건 뒷베란다의 구석까지 싹싹 빨아들였다.

마지막으로 '배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최대의 파워로 여러차례에 거쳐 사용을 했음에도 사용이 가능했다. 배터리 장착도 처음에만 생소할 뿐이니 익숙해지니 쉬운 편이었다. 충전도 제법 빠르게 이뤄졌다. 문제는 '방전'이었다. 배터리를 꽂은 상태에서 하루 정도를 놔뒀다가 가동하니 배터리가 금방 소진됐다. 전원을 켜지 않고 대기중에서의 빠른 방전이 다소 아쉬웠다. 매일매일 청소하지 않는다면, 청소 때마다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 있다.

전원과 동시에 일반모드로 작동하는 점도 아쉬웠다. 누르자마자 작동하니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대부분의 청소기는 유무선을 막론하고 일단 전원을 켜고 0(제로)부터 조절할 수 있었다. 이러한 패턴이 익숙한 대부분의 소비자라면 첫 경험이 생소할 수 있다. 이 점에서는 전원을 켜고 단계를 조절하는 다른 회사의 제품이 더 나아보였다.

먼지통을 빼는 데에도 처음에 다소 애를 먹었다. 보관도 문제였다. 파워건은 벽에 목을 박아 걸어놓는 형태로 보관해야 한다. 잠시 쓰는 제품이다보니 주방 한 켠에 세워 놓았다가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단점도 있긴 했지만, 파워건은 청소의 본질에 있어서는 '만족'이었다. 청소를 끝내고 공기청정기를 틀어보니 '맑음' 상태를 나타냈다. 창 밖의 미세먼지 '나쁨' 상황과는 달랐다. 깨끗한 집안 공기처럼 올해 우리네 걱정 근심도 싹 사라졌으면 하는 '대청소 날'이었다.

삼성전자 ‘파워건’은 메탈 브라운, 메탈 실버, 메탈 레드, 에어본(화이트) 실버, 에어본(화이트) 레드 등 5가지 색상의 8개 모델이다. 가격은 배터리 수와 브러시 종류 등에 따라 다르다. 출고가 기준 79만9000원~119만9000원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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