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생활가전제품 혁신은 소비자 마음 꿰뚫는데 있죠"
삼성전자 생활가전제품이 지닌 경쟁력의 핵심은 소비자를 중심에 둔 제품 기획이다. 삼성전자의 가전 제품들은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끼게 되는 요구를 최우선에 두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익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품기획 총괄(상무)은 이 같은 가전 제품 기획의 최일선에 서 있다. 최 상무는 “상품을 새로 기획하는 과정에서 기술보다 소비자의 요구를 중심으로 혁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오래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삼성전자 생활가전제품이 시장을 바꾸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제품을 기획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사항은 무엇입니까.

“소비자 배려의 가치가 가장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실생활에서 겪는 불편을 줄여줄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를 기능과 디자인에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과거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트렌드와 기술변화를 관찰하고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요리사와 인간공학 및 의학 전문가, 아티스트 등과 힘을 모아 제품 디자인에서부터 전문기술 콘텐츠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은 인체공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실제 사용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비자 조사와 인체공학 시뮬레이션을 합니다. 올해 내놓은 세탁기 ‘플렉스워시’가 대표적입니다. 2개의 세탁기를 아래위로 배치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허리 굽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이 중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사용 빈도가 높은 소형 세탁조인 ‘콤팩트워시’를 상부에 배치해 세탁기 사용 과정에서 허리와 무릎 등 신체 부위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했습니다. 키가 155~172㎝인 일반 여성의 시야각과 동작 범위를 고려해 누구라도 사용에 무리가 없도록 했습니다. 키가 작은 사람도 상부에 있는 세탁조를 열고 닫을 때 팔을 많이 뻗을 필요가 없고, 세탁물을 꺼낼 때 무리하게 팔을 굽히지 않아도 되도록 제품 을 설계했습니다.

이를 위해 가사 노동 시 인체 각 포인트의 근전도 평가와 모션 분석을 했습니다. 머리부터 발까지 약 27개의 마커를 붙여 6개의 카메라로 사용자의 동작을 관찰했습니다. 전문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각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 부하를 계산하는 등 체계적인 분석을 하기도 했습니다.

무선 청소기 파워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가전 제품과 달리 손에 들고 다니며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잘못 만들면 쉽게 피로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청소하는 위치에 따라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 그 자세를 취할 때 어떤 근육을 사용하게 되는지 등을 유형별로 철저히 분석해 손잡이의 각도를 연구했습니다. 핸들 각도를 0도에서 50도까지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같은 연구의 결과입니다.”

▶올해 유독 혁신적인 제품이 많이 출시됐습니다. 가장 혁신성이 높은 제품을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세탁과 관련해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담은 플렉스워시를 꼽고 싶습니다. 이 제품은 국내는 물론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1위 사업자로서 능력을 과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기획한 제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제품은 무엇입니까.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처음으로 가전에 접목한 제품인 패밀리허브를 들고 싶습니다. 기존 냉장고의 개념을 초월해 가족 간 ‘소통’을 돕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중심으로 기획됐습니다. 다른 제품과 연결하는 커넥티드 기술을 접목했고 ‘원클릭 쇼핑’ ‘음식 관리’ 등의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 제품입니다. 또 지역별로 소비자들의 생활에 유용한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생활정보, 요리 레시피, 음악, 인터넷 포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생활가전업계에 전례없던 혁신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한 음성인식 기능까지 더해지며 가전의 스마트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지역별 맞춤 제품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세계 주요 지역에서 삼성전자 제품 혁신팀을 중심으로 지역별 소비자의 수요를 연구하고 히트 모델에 대한 아이디어를 본사에 제안하고 있습니다. 액티브워시나 애드워시 같은 세탁기도 그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제품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각 지역의 식품문화 세탁문화 주거문화 등에 따른 지역별 차이가 크지만 중요한 가치에 대해서는 국가를 막론하고 높게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애벌빨래용 간이 세탁조를 둔 액티브워시 역시 인도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히트 상품에 올랐습니다.”

▶6분기 연속 북미 1등을 달성했습니다. 비결은 무엇입니까.

“북미 지역은 가전 제품의 변화가 적어 보수적인 시장입니다. 이런 시장일수록 제품혁신을 통해 시장을 변화시킬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의 대표적 프리미엄 냉장고 중 하나인 프렌치도어 냉장고(상냉장 하냉동 구조로 냉장실이 양쪽으로 열리는 제품)는 우리가 이 제품군에 지속적인 혁신기능과 디자인을 접목해 시장을 확대시켜 하나의 카테고리로 정착한 사례입니다. 미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온 가족이 즐기는 건강한 식문화’라는 콘셉트를 주방가전 전체로 확산했습니다. 미국 시장에 특화된 제품 콘셉트 발굴을 위한 전담 조직을 구성해 상품기획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미식 트렌드에 주목해 세계적 명성을 가진 요리사들과의 파트너십 프로그램(삼성 클럽드세프)도 만들었습니다. CIA 등 세계 유명 요리학교와 협업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프리미엄화도 최근 삼성전자 가전의 중요한 방향인 것 같습니다.

“제품 측면에서 혁신적인 기능, 새로운 소재, 차별화된 사용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디자인과 스마트 기능, 서비스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프리미엄 제품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현지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각지에 있는 해외 법인과 함께 다각적인 조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향후 목표는 무엇입니까.

“소비자 생활을 더 풍요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연결성의 시대에는 일상생활과 밀착돼 있는 가전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AI 기반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