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푸드빌 '사업구조 대수술' 들어간다
뚜레쥬르, 빕스, 투썸플레이스 등 CJ그룹의 외식사업을 담당하는 CJ푸드빌이 '사업구조 대수술'에 들어간다.

15개에 달하는 외식브랜드 중 자생할 수 있는 브랜드를 분리·독립시켜 그동안 지속적인 적자로 허덕이던 체질을 개선시키겠다는 계획이다.

CJ푸드빌은 지난 21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커피전문점 브랜드인 '투썸플레이스' 분할 안건을 의결했다고 22일 공시했다. 분할기일은 내년 2월1일이다.

이번 분할은 CJ푸드빌이 투썸플레이스를 자회사 형태로 떼어내는 물적분할이다. 이에 따라 투썸플레이스는 CJ푸드빌의 자회사로 법인화된다.

물적분할은 보통 실적이 나쁜 사업부문을 떼어내 매각하는 등 경영 효율화를 위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모기업과 별도 회사로 가는 것이 브랜드 전략 차원에서 더 낫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물적분할 카드를 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지속 성장하고 있는 투썸플레이스의 독립·책임경영체제 구축을 통해 전문역량과 투자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며 "이를 통해 투썸플레이스를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투썸플레이스는 앞으로 커피와 디저트 분야에서 자체적인 연구개발과 투자 확대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투썸플레이스를 스타벅스처럼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사업제휴 등 추가 성장 기회도 엿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투썸플레이스는 전국 910여개 매장을 운영 중으로 프리미엄 커피전문점 중에선 스타벅스에 이어 점포 수 2위다.

업계에선 이번 물적분할이 CJ푸드빌의 사업구조 전환의 신호탄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CJ푸드빌 내에서 10여개가 넘는 브랜드가 난립하면서 적자 브랜드를 메우기 위해 흑자 브랜드에 원활한 지원과 때에 맞는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CJ푸드빌 영업적자 규모는 2015년과 지난해 각각 41억원, 22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해외적자 규모는 2015년 203억원, 지난해 153억원에 달한다.

2014년에는 연결기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자본잠식은 회사의 적자규모가 커져 잉여금이 바닥나면서 자본총계가 납입자본금보다 적어진 상태를 말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 5월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하고 나서 첫 인사로 자신의 최측근 중 한 명인 구창근 CJ그룹 부사장을 푸드빌에 '해결사'로 내려보냈다.

구 부사장은 2010년까지 삼성증권에서 식음료와 유통부문의 기업분석가(애널리스트)로 일했다. 그러다가 CJ에 합류해 기획, 식품사업, 전략 등을 맡은 인물이다.

식품과 외식서비스 사업 전문가인 구 부사장은 CJ푸드빌 대표로 취임하자마자 한식전문점인 '비비고' 매장을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철수시키는 등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동안 CJ푸드빌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서만 400개 매장을 내겠다고 밝힐 정도로 동남아시장에 큰 기대를 건 것이 사실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비비고 브랜드를 동남아에서 철수하는 대신 미국과 중국 등 시장이 더 크고 잘 할 수 있는 곳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라며 "뚜레쥬르 등이 여전히 동남아에 나가 있는 만큼 아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CJ푸드빌이 앞으로 브랜드를 키워 독립시키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는 회사로 가거나 가정간편식(HMR) 전문기업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CJ푸드빌은 현재 '빕스'와 '계절밥상' 브랜드를 통해 가정간편식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