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신3고 복병'… 내년 3% 성장·소득 3만달러 어려울 수도"
원화 강세, 국제 유가 급등, 시장금리 상승이 경제의 주요 변수로 등장하면서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내년 경제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세계 경기 호조에 따른 수출 호황으로 올해는 3년 만에 3% 성장이 유력하지만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들로 인해 내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통상 문제가 증폭되고 잠잠해진 북한 위험요인까지 더해지면 내년 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떨어져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란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1) 원화 강세 엔화 1.3% 내릴 때 원화 2.8%↑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10월1일~11월3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2.8% 상승했다. 세계 주요국 통화 가운데 절상 속도가 가장 가파르다. 같은 기간 영국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는 각각 2.4%, 1.8% 하락했고, 일본 엔화 역시 1.3% 떨어졌다. 통화 가치가 오른 중국 위안화(0.4%)와 인도 루피화(1.3%)의 상승 폭에 비해서도 원화 절상 폭은 크다.

올 3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시장의 기대보다 높은 1.4%를 기록하는 등 국내 경기 지표가 호조를 보인 데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행진이 계속되면서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북한 위험요인이 다소 진정되고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한·중 갈등이 봉합 국면에 들어서면서 원·달러 환율은 한 달 만에 30원가량 떨어져 연중 최저점(지난 7일 달러당 1111원90전)을 새로 썼다. 외환당국이 “원화 강세 속도가 과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구두 개입에 나설 정도다.

일본 엔화에 대한 절상 폭은 더 가파르다. 원·엔 환율은 지난달 20일 심리적 지지선인 100엔당 1000원이 무너진 뒤 하락 폭을 계속 키워 연중 최저점(10일 984원97전)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하는 자동차·철강 등 국내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100대 수출품목 중 50여 개가 일본과 중복돼 있어 엔화 약세가 가속화하면 수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어서다.

(2) 유가 급등 석달 만에 42%↑…70달러 '눈앞'

유가도 치솟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규모 숙청 사태, 사우디와 이란 간 주도권 다툼 심화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커지며 유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브렌트유 내년 1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63.88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6월 말부터 40% 넘게 올라 배럴당 70달러에 다가섰다. 2015년 5월 이후 최고가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원유(WTI) 12월물도 이날 배럴당 57.1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뿐 아니라 국제 원자재 가격이 동반 오름세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원자재팀장은 “수급 정상화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도의 감산 연장에 대한 기대로 연말·연초 70달러대를 전망하는 투자은행(IB)이 많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의 영향은 양면적이다. 산업별로도 명암이 엇갈린다. 석유화학 조선 등은 유리하고 항공 등은 불리하다. 문제는 상승 속도가 빨라질 경우 부정적 측면이 더 커진다는 점이다. 수입제품 가격과 전기요금을 밀어 올려 기업 생산 비용 증가와 가계 구매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9월 수입물가지수는 두 자릿수(10.7%)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가계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유가 수준을 60달러대로 보고 있다.

(3) 금리 상승 국고채금리 3년 만에 연 2%대

시장금리는 예상보다 빠르게 뛰고 있다. 한국은행이 오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연 1.25%인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지난달 19일 금통위 회의 직전 연 1.7~1.9%에서 움직이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말 이후 연 2.1%를 웃돌고 있다. 2014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상승세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상환 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는 2만5000가구 늘고, 이들의 부채 규모도 9조2000억원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한은 금융안정보고서)도 있다. 금리 상승으로 서민·중산층과 자영업자의 이자 비용이 늘면 가처분소득이 줄어 ‘소비절벽’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수출 호조에 가려져 있지만 내수가 부진하고 가계부채 건전성 문제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신(新)3고(高) 우려가 현실화하면 부정적인 영향이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외 충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정정책과 조세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소비·투자가 진작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