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8일부터 15일까지 7박8일 일정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베트남 다낭에서 10~11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계획된 이번 순방은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이뤄진 동남아 순방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신(新)남방정책’ 구상을 제시할 예정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APEC 정상회의+동남아 3국 순방] 아시아 경제협력 문 여는 문재인 대통령… 신남방정책 밑그림 내놓는다
인도네시아 국빈 방문

문 대통령은 8~10일 인도네시아를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인도네시아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전체 국내총생산(GDP)과 인구 면적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국가”라며 “인도네시아는 미국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최대의 방산수출 대상국이며 우리와 함께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심 전략무기인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는 국가”라고 설명했다.

9일 예정된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방산분야 협력이 최대 의제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상회담 뒤에는 양국 간 산업 및 교통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도 체결될 예정이다. 발전, 건설, 전자상거래 분야 민간기업 간 10여 개 MOU도 준비돼 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8일 인도네시아 방문 첫 일정으로 동포들과 만찬간담회에 참석한다. 이튿날인 9일엔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및 포럼’에 간다. 양국 정부 관계자 및 기업인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남방정책 구상과 경제협력을 주제로 연설할 계획이다. 남 차장은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발표된 신북방정책을 이은 신남방정책 차원의 대(對) 아세안 정책 구상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사람 중심 경제’ 역설

문 대통령은 이후 베트남으로 이동해 10~11일 다낭에서 열리는 제25차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우리 10대 수출국 가운데 9개국이 APEC 회원국이며 주변 4개국이 모두 참여하고 있는 점에서 경제적·전략적으로 중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리트리트(비공식 자유토론) 세션 1·2에 참석해 회원국 정상들과 의견을 교환한다. 세션1은 ‘디지털세대 혁신성장, 포용성 및 지속가능한 고용’이라는 주제로, 세션2에서는 ‘역내 무역투자 및 연계성의 새로운 동력’이라는 주제로 각각 토의가 이뤄진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사람 중심 경제’ 정책 방향을 이 자리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APEC 기간에 시진핑 주석과도 정상회담을 연다. 지난달 31일 한·중 양국 간 관계 개선 관련 협의 결과를 발표하고 처음 만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중국과 관계 회복을 모색하는 동시에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에 대해 대승적인 약속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 ‘코리아세일즈’ 나서

문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가 끝나고 필리핀 마닐라로 향한다. 마닐라에서는 13∼14일 이틀 동안 한·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아세안 관련 3개 정상회의가 열린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동아시아 지역 정상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해 역내 경제 통합 구상 관련 의견을 교환할 전망이다. 이 기간에 리커창 중국 총리와의 접견도 예정돼 있다.

남 차장은 “아세안 창설 50주년, 한·아세안 문화교류의 해, 아세안+3 정상회의 출범 20주년 등 의미 있는 시점에 동남아 순방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우리의 대(對) 아세안 협력강화 비전을 아세안 정상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아세안 측의 공감대와 지지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