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탈원전 정책은 '대다수 국민'의 선택?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국민 대다수가 탈원전에 공감했다”며 “탈원전은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백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전문가들은 “근거가 뭐냐”며 의아해한다.
백 장관은 공론화위가 시민참여단 471명을 대상으로 한 마지막 4차 조사에서 ‘원전 축소’ 응답 비율이 53.2%로 ‘유지’(35.5%) ‘확대’(9.7%)보다 높게 나온 것을 근거로 삼았지만, 이 조사 자체가 정당성을 갖는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신고리 건설 재개’(59.5%)를 선택한 답변자들이 심리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원전 축소’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 답변 자체로 현 정부의 탈원전을 지지한다고 보기엔 무리라는 뜻이다.
실제로 2만여 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에서는 원전 유지(31.1%)와 확대(12.9%) 응답 비율을 합치면 44%로 축소(39.2%)보다 많았다. 더구나 ‘몇 년에 걸쳐 원전을 축소하는 게 바람직한가’ 등의 구체적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4차 조사 결과도 원전 유지와 확대 의견을 합하면 45.2%여서 “대다수가 탈원전에 공감한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산업부 관계자는 “백 장관 발언은 공론조사를 토대로 한 게 아니라 대선에서 승리했으니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대선에서는 탈원전이 후보들 간 승부를 가를 만큼 첨예한 이슈는 아니었다. 문 대통령 지지자 중 탈원전에 부정적인 이들도 있다. “국민 대다수가 지지한다”는 말을 쓸 때는 그에 대한 근거를 댈 수 있어야 한다.
이태훈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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