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강보험 진료비가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돌파했다. 50조원을 넘어선 지 3년 만이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이 크다.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비급여를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올해 시행됨에 따라 진료비는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강보험 진료비 '눈덩이'… 2016년 11% 증가, 60조 돌파
◆노인 진료비 7년 만에 ‘두 배’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17일 발간한 ‘2016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건보 진료비(건보공단 부담금+본인 부담금)는 64조5768억원으로, 2015년보다 11.4% 늘었다. 2009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건보 진료비 증가 폭은 2012년 3.5%, 2014년 6.8%, 2016년 11.4%로 계속 커지는 추세다.

건보 진료비가 느는 것은 65세 이상 고령자 진료비 증가 탓이 크다. 지난해 노인 진료비는 25조2692억원으로, 2015년 대비 13.5% 늘었다. 2009년(12조5442억원)과 비교하면 7년 만에 두 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고령화에 따라 노인 진료비 증가 폭이 2012년 8.0%, 2014년 10.4%, 2016년 13.5%로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건보 진료비가 늘면서 건보공단 부담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건보 진료비 중 공단 부담금은 48조3239억원으로, 2015년 대비 11.5% 늘었다. 공단 부담금 증가 폭은 2012년 3.3%, 2014년 7.0%, 2016년 11.5%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내년부터 건보 재정 적자 전환

공단 부담금 증가는 건보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2016년 건보 재정수지는 3조856억원 흑자로, 2015년 대비 1조872억원 줄었다. 다만 2011년부터 매년 흑자를 기록한 덕분에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적립금은 20조656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5년간 30조6000억원을 들여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비급여를 건보에서 보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건보 재정수지 전망을 보면 건보 재정은 올해까진 1조3932억원 흑자를 기록하겠지만 내년엔 3045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건보 재정 적자 규모는 2019년 2조2665억원, 2020년 2조338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누적 적립금 20조원으로 재정 적자를 버텨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적자가 계속돼도 이번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는 적립금을 13조5000억원 규모로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고령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건보 진료비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건보 보장성 강화가 ‘의료 쇼핑’을 부추겨 진료비 증가세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건보 재정이 고갈되면 건보료를 급격하게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