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AI 스피커 ‘카카오 미니’
카카오의 AI 스피커 ‘카카오 미니’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생태계 확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업체들과 손을 잡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현대자동차, 롯데그룹, GS건설 등 인터넷·포털 분야와 거리가 있는 업체들까지 끌어들여 ‘세 불리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AI 플랫폼은 음성이나 이미지·사물 인식, 자연어 처리 등 AI 기술을 모아놓은 것이다. 다른 기업들은 AI 플랫폼을 이용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신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이를 통해 차세대 플랫폼으로 손꼽히는 AI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인터넷] 포털 'AI 생태계' 확장 전쟁
◆네이버 검색 기능 접목한 AI 클로바

네이버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에서 자사 AI 플랫폼 ‘클로바’를 처음 공개한 데 이어 5월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클로바 앱(응용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클로바의 장점은 한국어 최대 포털 서비스 네이버에 쌓여 있는 방대한 데이터다. 클로바를 이용하면 네이버 검색 기능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번역 서비스 파파고와도 연동할 수 있다.

네이버는 생활가전 제품에 클로바 적용을 계획하고 있다. LG전자의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허브 ‘스마트씽큐’에 클로바 기능 탑재를 추진 중이다. 클로바가 스마트씽큐에 적용되면 음성으로 LG전자의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로봇청소기 등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코웨이 공기청정기에 클로바를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코웨이는 앞서 미국에서 선보인 공기청정기에 아마존의 AI 플랫폼 ‘알렉사’를 탑재하기도 했다.

일본에선 시장 점유율 1위 메신저인 ‘라인’을 바탕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소니와 협력해 내년 클로바를 탑재한 기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도요타자동차와 함께 클로바를 이용한 커넥티드카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밖에 일본 최대 스마트 장난감 업체 다카라토미와도 협력하기로 했다.

퀄컴과도 손을 잡고 클로바의 생태계를 사물인터넷(IoT) 분야로 확장했다. 퀄컴의 자회사 퀄컴 테크놀로지와 네이버가 전략적 협업 관계를 맺고 클로바를 퀄컴 IoT칩 제품군에 탑재하기로 했다. 퀄컴의 IoT칩을 쓰는 스마트 스피커, 스마트홈 허브, 로봇 등 하드웨어에서 클로바를 손쉽게 쓸 수 있게 된다. 클로바의 사용 범위가 대폭 넓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네이버도 클로바에 최적화된 퀄컴 칩을 자사 AI 서비스나 상품에 적극적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네이버의 AI 스피커 ‘웨이브’
네이버의 AI 스피커 ‘웨이브’
◆카카오톡으로 외연 넓히는 카카오 아이

카카오는 AI 플랫폼 ‘카카오 아이(I)’를 통해 외연을 넓히고 있다. AI 분야 협력 파트너에는 카카오 AI 기술을 접목시키고 ‘카카오 인사이드’라는 인증마크도 부여하기로 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최대 무기다.

카카오는 지난 12일 삼성전자와 카카오 아이를 토대로 스마트 생활 가전 서비스를 구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지난달 삼성의 AI 음성 비서 ‘빅스비’에 카카오 아이를 연동하는 데도 손을 잡았다.

스마트 생활 가전 서비스가 도입되면 카카오톡이나 카카오의 AI 스피커 ‘카카오 미니’로 삼성전자의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구동할 수 있다. 가령 여름철 차 안에서 ‘30분 뒤 도착하니 집 시원하게 해줘’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나 음성으로 명령하면 에어컨이 가동돼 원하는 온도와 습도를 맞춰주는 식이다. 냉장고 안의 식품 목록을 파악해 AI가 레시피를 추천하고 부족한 식재료는 카카오톡 장보기로 자동 주문하는 등의 기능도 가능해진다.

양사는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에어컨 켜고 끄기 등 기본 조작을 하는 기능을 먼저 선보이기로 했다. 이어 ‘출근준비’ ‘취침준비’ 등 특정 상황에 맞는 명령만 내려도 AI가 여러 가전을 맥락에 맞게 구동하는 기술을 구현할 예정이다. 가전제품의 소모품 상태와 교체 주기를 카카오톡 메시지로 알려주고, 기기가 고장나면 AI가 소모품을 직접 주문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스마트 사후 관리’ 기능 개발도 추진한다.

카카오는 GS건설, 포스코건설과도 협력 관계를 맺었다. 홈 IoT 업체인 코맥스 제품에도 자사 AI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의 신차 제네시스 G70에 음성인식 기술을 넣었고 롯데정보통신과 협력해 롯데그룹의 유통업체 주문 등을 음성으로 하는 기술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