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장에 허인 내정… 영업통 전진배치
허인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56·사진)이 신임 국민은행장으로 내정됐다. 이로써 KB금융은 2014년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기 시작한 이후 3년 만에 별도 은행장을 두게 됐다.

KB금융지주는 11일 윤종규 회장, 최영휘·김유니스경희·박재하 사외이사 등 4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시지배구조위원회를 열어 허 부행장을 새 국민은행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허 부행장은 국민은행에서 전략, 재무, 여신심사,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고객과 시장, 영업 현장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다”며 “임직원 역량을 모을 수 있는 조직관리 리더십 역량도 충분히 갖췄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상시지배구조위의 결정에 따라 국민은행은 12일 은행장추천위원회를 열어 허 내정자를 검증할 계획이다. 허 내정자는 검증을 통과하면 오는 16일 열리는 국민은행 주주총회, 이사회를 거쳐 2년 임기의 은행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내달 21일께 취임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장에 허인 내정… 영업통 전진배치
허 내정자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대구고를 나와 서울대 법학과 학사·석사과정을 마쳤다. 직장생활은 1988년 장기신용은행에서 시작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에 합병되면서 국민은행으로 적(籍)을 옮겼다.

허 내정자는 국민은행에서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힌다.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때 전산통합추진 태스크포스(TF)에서 기업금융부문 팀장을 맡았다. 2003년엔 국민은행의 기업금융 전략을 짜는 TF를 주도했다.

영업력도 인정받고 있다. 국민은행 동부기업금융지점장, 삼성타운기업금융지점장, 여신심사본부 상무 등을 거쳤다. 그는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 중용되기 시작했다. 2014년 말 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 격인 경영기획그룹 대표(전무)를 맡은 데 이어 이듬해인 2015년엔 은행 영업을 총괄하는 영업그룹 대표(부행장)로 승진했다.

그는 영업그룹을 총괄하면서 국민은행 영업점 체제를 개편했다. 전국 1200여 개에 달하던 영업점을 고객의 실제 생활권에 기반을 둔 148개 공동영업권(PG·지역본부)으로 단순화했다. PG는 소규모 지역본부로, 7개 정도의 영업점을 한데 묶은 지역조직이다. 최근엔 경찰공무원 전용 ‘무궁화 대출’ 사업권을 따내는 성과도 올렸다.

허 내정자가 사실상 신임 행장으로 결정됨에 따라 KB금융은 2014년 이후 3년여 만에 별도 은행장을 두게 됐다.

KB금융은 임영록 전 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간 ‘내분 사태’를 겪은 뒤 지주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직해왔다. 지난달 윤 회장이 연임을 확정지으면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경영 연속성을 위해 연휴기간에도 행장후보 추천 절차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허 내정자의 당면 과제는 3000만 명이 넘는 고객과 1066곳의 점포망을 보유한 국민은행의 ‘리딩뱅크’ 입지를 굳히는 데 있다. 디지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대응도 그의 과제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무기로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금융기술)업체들이 은행을 위협하고 있다.

노동조합과의 관계 개선도 숙제로 남아 있다. 국민은행 노조를 중심으로 한 KB금융 노조협의회는 윤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노조 측 사외이사 선임도 요구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