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은 본인이 개발한 '베지밀'을 매일 마시는 것을 장수비결로 꼽았다. 이를 알리기 위해 2013년까지 매년 1월1일 임직원들에게 그해 찍은 본인 증명사진을 보냈다. 사진은 2013년 만 96세 때 찍은 고인의 모습.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은 본인이 개발한 '베지밀'을 매일 마시는 것을 장수비결로 꼽았다. 이를 알리기 위해 2013년까지 매년 1월1일 임직원들에게 그해 찍은 본인 증명사진을 보냈다. 사진은 2013년 만 96세 때 찍은 고인의 모습.
국내 최초 두유 '베지밀'을 개발한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사진)이 지난 9일 서울 평창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100세.

1917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난 고인은 1937년 명동의 성모병원 소아과에서 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진료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우유에 함유된 유당 성분을 정상적으로 소화시키지 못해 사망한 환자를 경험했다. 당시에는 원인을 알지 못했다.

고인은 이 당시 경험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1961년 영국 런던대학원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UC메디컬센터 등을 오가는 유학생활 끝에 아이들의 사망 원인이 모유나 우유에 함유된 유당 성분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불내증'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고인은 1966년 유당이 없고 3대 영양소가 풍부한 콩을 이용해 만든 선천성 유당불내증 치료식인 두유를 개발해 식물성 밀크(Vegetable, Milk)라는 의미의 '베지밀'로 이름을 지었다.

고인은 1973년 정식품을 창업하고 1984년 세계 최대 규모와 시설을 갖춘 두유전문공장(청주공장)을 준공했다. 1985년에는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콩 관련 제품 개발과 품질 개선에 힘썼다.

고인은 "누구든 공부에 대해 가슴앓이를 하지 않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1984년 '혜춘장학회'를 설립해 지난 33년간 약 2350명에게 21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고인은 2010년 아들인 정성수 정식품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지난해에는 고인의 손자이자 정 회장의 장남인 연호 씨를 계열사 부사장으로 새로 선임하면서 3세 경영도 본격화하고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오는 12일이다.
고인이 1955년 서울 중구 회현동 본인이 운영하던 정소아과 앞에서 찍은 사진.
고인이 1955년 서울 중구 회현동 본인이 운영하던 정소아과 앞에서 찍은 사진.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