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고통 분담' … 대기업, 협력사 납품가 올린다
'협력 생태계' 무너질 우려
협력사 인건비 10월까지 파악
납품가 인상폭 11월께 확정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는 삼성전자는 나름의 기준을 갖고 합리적인 선에서 단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관측이다.
현대자동차와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00억원의 ‘2·3차 협력사 전용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한 현대·기아자동차는 이 기금을 발판으로 1-2-3차로 이어지는 부품 생태계를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3차 협력업체 중 상당수가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채용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의 내년 인건비는 올해 대비 30%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1차 협력업체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도 구매비용을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협력업체의 고통은 생산 차질과 품질 하락으로 이어지는 만큼 납품단가 인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4대 그룹의 주력 기업이 이처럼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다른 계열사도 구매전략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기업은 늦어도 다음달까지 협력업체의 비용증가 요인을 파악해 오는 11월까지는 납품단가 인상 대상 기업과 품목, 인상폭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모든 협력회사 및 품목에 대한 일괄 인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완제품에 대한 기여도와 기술력, 원자재 가격 추이 등의 종합적 검토를 거쳐 선별적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과 별개로 중소 협력업체들도 생존을 위해 국내 생산 비중을 줄이고 해외 비중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기자가 만난 기계 부품 관련 협력업체의 한 관계자는 “요즘 중소 기업인이 3명 이상 모이면 하는 얘기가 베트남이나 미얀마에 공장을 짓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안산·창원·전주·김해=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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