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청소기와 선풍기 등 고급 가전제품 제조회사인 영국 다이슨이 2020년 전기자동차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업계의 영역 파괴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회사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 회장은 26일(현지시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가전)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앞으로 20억파운드(약 3조5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개발을 시작했으며 400여 명의 인재를 충원했고 공격적으로 인재를 확보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년간 다이슨이 BMW, 애스턴마틴, 테슬라 등에서 인재를 끌어모았다고 전했다. 투자 예상금액 20억파운드 중 10억파운드는 배터리 개발에, 10억파운드는 전기차 디자인과 제작에 투입한다. 타이어 등은 외부에서 공급받겠지만 디자인과 생산은 직접 담당할 계획이다.

다이슨 회장은 “전기차 사업부가 빠르게 성장해 곧 가전 사업부를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디서 전기차를 생산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본사가 있는 영국 또는 아시아가 유력하다. 수개월 동안 공급업체와 협상을 거쳐 생산 방식을 결정할 방침이다. 영국 BBC는 다이슨이 보급형 시장이 아니라 고급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며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이슨 회장은 이메일에서 1990년 디젤차용 사이클로닉 필터 개발에 착수했으나 시장의 관심을 얻지 못해 중단한 경험을 소개하며, 이후 자동차 배기가스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했다. 이어 “무선 청소기와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 등에 적용된 디지털 모터, 에너지 저장시스템 등의 기술을 전기차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이슨은 대부분 전기차 업체가 주력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자신들이 개발한 고체 상태 배터리가 충전 시간이 짧으면서도 고출력이 가능해 우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이슨처럼 고체 상태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는 기존 자동차 업체는 도요타 정도다. 도요타는 2020년대 초반에 관련 기술을 적용한 차량을 판매할 예정이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의 앤드루 버그바움 자동차부문 국장은 FT에 2020년까지 전기차 생산공장을 완성해 판매한다는 다이슨의 구상이 “매우 야심차다”고 평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