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 기업이 신용도 개선 추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내 판매 부진과 수출 주력 시장의 초과 공급 우려, 정부의 규제·정책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서다.

박준홍 S&P 아시아·태평양지역 한국 기업 신용평가 팀장은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국제금융센터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속 한국 신용도 개선은 가능한가’를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팀장은 “2015년 이후 한국 기업의 신용도가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추가적인 신용도 향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직면한 세 가지 위험 요소로 중국 리스크, 수출 주력 제품의 초과 공급 가능성, 새 정부의 규제와 정책 변화를 꼽았다.

박 팀장은 “현재로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리스크가 가장 부각되고 있지만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개선된 반면 한국 기업은 시장 수요 변화에 뒤늦게 대응하고 있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라며 “한국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도 초과 공급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새 정부의 규제 강화와 정책 변화도 통신·유통·인프라 부문 기업 신용도 전망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리스크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킴엥 탄 S&P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 신용평가 팀장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하면서 장·단기적으로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한국의 신용등급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완료해도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S&P는 가계부채와 인구구조 변화, 높은 청년실업률 등 구조적 리스크를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장기 변수로 판단했다. 탄 팀장은 “한국은 교육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높은데도 청년실업률이 치솟고 있다”며 “젊은 층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S&P는 지난해 8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한 뒤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