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사업을 자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문제가 불거진 이후 나타난 현상이라는 평가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8월 가맹사업을 자진 취소한 브랜드는 41개에 달했다. 20개에 불과했던 지난해에 비해 취소 숫자가 두 배로 늘었다. 25개 브랜드를 포기한 7월만 놓고 보면 전년 같은 기간(6개)에 비해 네 배로 증가했다.

식당사업을 주로 하는 이바돔은 ‘스토리판’과 ‘스토리판 삼겹이야기’ ‘이바담 해물아구찜과 쭈꾸미’ ‘이바돔 옥아리’ 등 네 개 외식브랜드 등록을 취소했다. 지에스인택도 ‘벨스킨’ ‘벨스킨카페’ ‘카페벨스킨’ ‘티하임’ 브랜드를 포기했다. 1990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할랄가이즈’와 ‘채선당의 누들앤돈부리’도 가맹사업을 접었다.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의 갑질 문제가 불거진 이후 업계에 대한 자정 요구가 높아지자 기업들이 ‘휴면브랜드’를 정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휴면브랜드는 등록은 돼 있지만 가맹점이 없는 브랜드다. 2016년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5273개로 이 가운데 1500여 개가 휴면브랜드인 것으로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보고 있다. 미국은 등록 브랜드 수가 1400개에 불과하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브랜드를 선점하기 위해 미리 등록을 해뒀거나 가맹점 모집 자체가 안되는 브랜드들”이라며 “거품을 걷어내고 업계를 자정하는 차원에서 7월께 휴면브랜드의 등록취소를 회원사에 권고했다”고 말했다.

또 공정위가 프랜차이즈에 ‘칼끝’을 겨누는 등 규제가 강화되는 듯한 분위기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공정위와 검찰 등이 일부 프랜차이즈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자 6월 이후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가맹점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설농탕을 운영하는 쿠드는 지난 7월 “본사의 철저한 관리가 어려운 외부 가맹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외식업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누들앤돈부리는 가맹점을 추가로 모집하기 힘들게 되자 가맹사업을 포기하기로 했다. 할랄가이즈는 당장 가맹사업을 시작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가맹사업 등록을 취소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