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스팸사랑, 30년간 10억개 팔렸다
스팸이 출시 30년을 맞았다. 국내에서만 지금까지 약 10억 개가 팔렸다. 누적 판매액으로 3조5000억원이다. 캔햄 시장에서 스팸은 51.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3300억원으로 예상된다. 장수 브랜드를 찾아보기 힘든 국내 가공식품 시장에서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다.

스팸은 원래 전투식량이었다. 1937년 미국 호멜사가 사람들이 잘 먹지 않는 돼지 목심을 햄과 다져 넣어 캔에 담아 판매한 게 시작이었다.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건 2차 세계대전 때다. 미군의 전투식량으로 지정되면서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국내에 처음 알려진 건 1950년 6·25전쟁 때다. 음식을 구하기 힘들던 전쟁 당시 스팸은 부유층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었다. 스팸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미군부대 쓰레기통을 뒤져 남은 스팸과 소시지, 베이컨 등을 모아 식당에 팔면서 부대찌개가 탄생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1987년 호멜사와의 기술제휴로 스팸을 국산화했다. 지금은 원재료 선정과 위생관리, 나트륨 절감 등 호멜사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품질 관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염 스팸 등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춘 제품을 끊임없이 내놓으면서 프리미엄 밥 반찬으로의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밥 도둑’ ‘명절 선물’ 등으로도 활용되며 국내 스팸 생산량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편의점업계에서는 ‘스팸만 넣으면 평균 이상은 팔린다’는 공식이 생겼다. ‘밥애 스팸’ ‘스팸밥바’ ‘스팸김치 사각주먹밥’ 등이 모두 스팸에 협업을 의뢰해 자체제작(PB)한 상품이다.

CJ제일제당은 2020년까지 스팸을 연 4000억원대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