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북한과 한국·미국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Aa2(안정적)’인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7일 보고서를 통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분쟁이 발생하면 한국의 경제, 정부 기능, 금융, 결제시스템 등이 모두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앞서 무디스는 북한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여전히 낮지만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지난달 한국의 지정학적 위기를 ‘중립(-)’에서 ‘중립(+)’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두 가지 시나리오의 군사적 분쟁을 가정해 한국의 국가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우선 무디스는 “남북 간 군사적 분쟁이 한반도 넓은 지역에서 장기간 발생할 경우 한국의 신용도가 심각하게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스테펜 다이크 무디스 수석연구위원은 “군사적 분쟁이 장기화되면 경제적 비용은 상당한 수준에 달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정책 수립과 집행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경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여러 단계까지 하향 조정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군사적 분쟁이 국지적으로 단기간에 그치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는 일시적으로 한국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고 자본 유출도 이어지겠지만 한국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유동성 완충장치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단기적인 인프라 손상으로 경제성장이 떨어지고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쳐 이 같은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는 국지적·단기적 분쟁 상황이 발생하면 지금의 한국 신용등급을 유지하며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